대중가요는 시대를 대변한다. 사람들의 애환을 시대정서에 맞는 가사와 멜로디에 담아 표출해 내기 때문이다. 궁핍한 시대에는 구슬픈 멜로디의 노래가 많이 나오고 잘 사는 시대엔 발랄하고 빠른 박자의 노래가 주로 불리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역사전문 히스토리채널은 '한국 가요사의 좌절과 희망'을 17일 오후 8시에 방송한다. 1970년대 포크송이 한창 유행하던 때의 시대상황과 금지곡 조치,대마초 파동 등을 가요사적 시각에서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 1975년초 한국 대중가요는 '노래의 봄'을 맞고 있었다. 송창식 김세환 윤형주 등의 낭만적인 포크송이 인기를 얻었고 대학가에선 김민기의 노랫말이 흘렀다. 한대수는 거친 목소리로 '물 쫌 주소'를 외치며 한국 가요계에 새로운 자유주의를 소개했다. 그러나 같은해 6월 유신정권은 '긴급조치 9호'에 따른 '공연 활동의 정화 정책'을 단행한다. 그 결과 모두 2백22곡의 노래에 금지곡이란 족쇄가 채워졌다. 송창식의 '고래사냥',조영남의 '딜라일라',양희은의 '아침이슬'등이 방송을 탈 수 없게 됐다. 신중현과 김민기의 거의 모든 곡도 금지곡으로 분류됐다. 같은해 12월 정부는 대마초 사건을 발표한다. 그래서 54명의 연예인이 검거됐으며 그 중 23명이 가수나 악사,그것도 포크 음악이나 록 음악을 하던 젊은 음악인들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탄압의 시대를 걸어온 뮤지션들과 문화평론가 등 전문가들의 증언을 통해 한국 가요사의 얼룩진 단면을 돌아본다. 당시 포크송 문화를 주도했던 양희은 송창식 조영남은 물론 좀체 방송에 출연하지 않던 신중현 한대수까지 출연해 당시의 상황을 전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