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회장으로부터 지식경영 실천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지시받은 장광규 전무(지식경영최고책임자)는 각종 세미나와 강의,대학교수들을 찾아 다니며 배우고 자문을 구했다. 특히 피터 드러커의 책은 깊이 있고 의미심장한 가르침을 주었다. 지식경영 실무자들은 피터 드러커 책을 성경 다음으로 여겼다. 한 구절 한 구절을 아침 조례에서 암송 할 정도였다. '기업은 혁신과 생산성을 낳는 조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나 델컴퓨터처럼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만들어내고 배워서 개선하고 다음 번엔 더 잘하자는 이 구절은 이랜드의 지식경영 비전이 됐다. 이렇게 해서 이랜드의 지식경영은 구체적인 성과정의(목표설정)→지식의 정의와 경험을 통한 획득→성과측정→결과분석 피드백을 통한 학습의 사이클을 반복하는 것으로 체계화됐다. 박 회장은 당시 경영진에게 지식경영의 핵심을 이해시키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술회한다. "지식경영을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경영자들이 지식경영이 뭔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었습니다.이를 위해 경영자들에게 계속 몇가지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보라고 지시했지요." 박 회장이 경영진에게 던진 질문은 크게 다섯 가지다. 그는 먼저 '당신이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지식이 필요한가? 이 지식은 어떻게 찾아 낼 것인가?'등을 질문했다. 경영진이 어리둥절해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박 회장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2개의 질문을 더 던졌다. '생산성은 최소 50% 이상 개선돼야 한다.어떤 지식을 개발하면 이런 혁신이 이뤄지겠는가?' '직원의 70%가 업무개선을 위해 동기를 가지고 지식을 개발해야 지식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경영자가 어떻게 해야 이런 결과가 나오겠는가?' 경영진은 박 회장이 이러한 질문을 할 때마다 대부분 당황하고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회장은 수시로 이런 질문을 하면서 지식경영의 핵심을 일깨웠다고 소개했다. 그렇게 해서 지식 경영의 큰 그림이 그려지자 박 회장은 지식경영 실행도구를 확보하게 된다. 실행도구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균형성과기록표(BSC)와 지식몰(KMS),학습조직이다. 균형성과기록표는 재무·비재무적지표 40여가지를 계량화해 수행결과를 측정하고 평가한다. 회사와 사업부,팀,개인별로 평가된 내용은 학습조직을 통해 원인을 분석하고 지식몰에 저장,전 직원이 지식을 공유하며 다음 전략수립에 활용하게 된다. 개인의 지식몰 저장·조회 실적은 인사에 반영되고 지식이력서에 기록된다. 이랜드의 최종 목표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능력을 지닌 지식자본가를 양성하는데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98년 균형성과기록표를 갖추기 시작하자 직원들이 동요를 한 것이다. "균형성과기록표로 직원 개인별 근무성적을 일일이 평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회사 공기가 싸늘하게 변하더군요." CKO실 김교연 부장은 당시는 구조조정이후 직원들 사이에 평생 직장이라는 인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면서 냉랭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