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제거' 원칙에 관한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서 이라크전쟁 이후 증강했던 전력을 계속 유지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일 군 소식통 및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전에 동원된 미7함대 소속 항공모함 키티호크호가 1만t급 미사일 순양함인 카우펜즈호 등과 함께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기지로 지난 6일 돌아왔다. 키티호크는 지난 1월23일 요코스카를 떠났었다. 또 키티호크의 이동에 따른 동북아시아 지역의 전력 공백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한반도 주변 해역에 배치됐던 핵 항모 칼빈슨호가 지난 3월 동해상에서 한미 연합연습에 참가한 뒤 서태평양 해역을 돌아다니다 지난 10일 요코스카항에 기항했다. 한반도 주변에 항모 2척이 동시에 머무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요코스카에 수일간 머물 것으로 알려진 칼빈슨은 북핵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출항 후에도 당분간 일본 주변 해역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군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항모 2척이 한반도 주변 해역에 배치된 것은 1968년 미 정찰함 푸에블로호가 북한에 나포됐을 당시 항모 엔터프라이즈호와 요크타운호가 동시에 무력시위에 나선 이래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의 독수리연습(Foal Eagle)과 연합전시증원연습(RSOI)에 참가했던 F-117A 스텔스 전폭기 6대가 추가훈련 등을 이유로 계속 한국에 머물고 있다. 당초 미측은 독수리연습 등에 참가한 F-117A 스텔스 전폭기, F-15E 전투기 등 증원 전력 일부가 연습이 끝나고 `3주 가량'(4월 말까지) 더 한국에 머물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증원 전력인 스텔스기가 한국에 더 머물 것이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추가 훈련의 내용과 철수 시기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미국은 1차 북핵 사태 때인 1994년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정밀폭격 계획을 세우고 한반도에 F-117A 스텔스기가 포함된 공군 위주의 전력을 증파해 무력시위를 한 적이있다. 북한은 이 때문인지 스텔스기 잔류에 대해 특히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중앙방송 등 관영 보도매체를 통해 미국이 독수리연습 등에 참가한 스텔스 폭격기 등을 한반도와 그 주변에 그대로 두고 전쟁의 기회 만을 노리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또 미 국방부가 이라크전을 앞둔 지난 2월 B-52, B-1 전략폭격기 24대를 한반도에서 가까운 서태평양 괌 기지에 배치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철수시켰다는 후속보도가 없는 점으로 미뤄 증강 전력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서 이라크전을 계기로 증강했던 전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모든 선택 방안이 열려 있다는 강력한 무력시위로 해석된다는 견해를 내놨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