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4:00
수정2006.04.03 14:01
경북 경산시 진량면 진량공단에 있는 제일엔테크.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담수화플랜트가 위용을 자랑하며 수출을 앞두고 있지만 장준 사장은 속이 탄다.
3일 전부터 부산항을 통한 수출길을 알아보고 있지만 항만 마비로 배편을 잡을 수 없다는 알선업체의 회신만 메아리로 되돌아오고 있다.
장 사장은 "눈 앞에서 중동특수를 놓칠 판"이라며 "지난번 이라크 전쟁 때는 운임보험료가 크게 올라 고생했는데 이러다간 수출길이 막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경기도 김포시 소재 한 유리회사.며칠 전까지만 해도 일본 수출길이 열렸다며 기대에 들떴던 회사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벌써 일본 나고야항으로 향했어야 할 강화 안전유리 5만달러어치가 경기도 의왕시 경인컨테이너기지(ICD)에서 6일째 꼼짝 못하고 있는 것.당초 지난 6일 일본에 도착해 납기일인 7일 발주업체에 건네졌어야 했던 상품이다.
장기 수출계약을 가름하는 시제품 납품이라 전 직원이 정성을 다했다.
대량 생산을 위해 독일에서 60만달러짜리 새 기계까지 도입한 터였다.
수출담당직원은 "우리는 사운을 걸고 수출하는 겁니다.
밥그릇 싸움에 왜 중소기업 수출까지 피해를 봐야 합니까"라고 호소했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캠코리아는 신발 밑창을 베트남 현지공장으로 4일째 내보내지 못해 생산차질이 심각하다.
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한개 분량이지만 회사의 운명이 걸려 있다.
아직까지 컨테이너를 못구해 창고에 쌓아놓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인들은 물류 대란 불똥이 튀자 걱정이 태산이다.
대기업과 달리 납기를 못 지키면 회사에 미치는 타격이 크고,힘들게 잡은 바이어는 미련없이 거래를 끊어 버리기 때문이다.
혹시나 했던 파업이 무차별적인 컨테이너 반출입 저지로 확대되자 시름과 분노가 깊어지고 있다.
"수출 차질은 우리 경제를 수렁으로 빠뜨릴 것"이라는 한 중소기업인은 "중소기업의 정상적인 수출 길은 열어두면서 투쟁도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기업인은 "불법파업을 막아야 할 정부는 뭘 하는지"라며 허탈해했다.
의왕=사회부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