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집에 가서 고기만 먹다보면 느끼하기 그지없다. 된장찌개며 냉면 등 속을 개운하게 해주는 음식들이 있지만 고기에 비해 맛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고기외에 이것저것 다른 음식을 파는 식당은 맛이 별로여서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롯데백화점(관악점)에서 대각선으로 맞은 편에 위치한 '신림정'이라는 식당은 고기에다 삼합(三合)을 곁들여 파는 곳이다. 고기면 고기,삼합이면 삼합 둘 다 맛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 일단 주메뉴가 생고기인 걸 보면 고기 질은 자신한다는 뜻.전남 영암이 고향인 주인 김창호씨(43)는 고향에서 칠순 모친이 보내오는 3년 묵은 김치에서부터 토하젓 등으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한번 맛보면 만만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단골이 돼버린다. 여기서 음식을 즐기는 방법은 이렇다. 4명이 왔다고 치면 먼저 생고기 2인분(5만원)을 시켜 먹는다. 주인은 생고기를 전라도 광주에서 비행기로 직송해 당일에만 쓰고 나머지는 성공회에서 운영하는 푸드뱅크를 통해 불우한 사람들에게 보낸다. 이어 꽃등심이나 생등심,갈비살 등을 2인분(4만∼5만원) 정도 주문해 구워먹는다. 최고급 고기가 입을 즐겁게 할 것이다. 다음으로 삼합을 먹는다. 홍어에 돼지고기,묵은 김치를 곁들여 먹는 맛이 그만이다. 삼합은 국내산이냐 칠레산이냐에 따라 가격차가 크다. 보통 칠레산은 1인분에 1만8천원이지만 국내산의 경우 3만4천원이다. 이렇게 먹고 나면 이 곳의 또 다른 특산음식 메생이국을 먹어보길 권한다. 개운하게 속을 풀어준다. 1인분에 2천원하는 누룽지도 별미다. 특히 젓갈과 함께 먹으면 배부른 상태에서도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연중무휴다. 총 좌석은 70석으로 그리 넓지 않으므로 예약을 하는 게 좋다. 주차 가능.(02)886-4463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