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못지 않게 후텁지근한 5월이다. 요즘 여행의 화두는 "때아닌 더위에 딴죽걸기". 일본 혼슈 중북부의 도야마(富山)가 제격이겠다. 도야마는 일본열도의 골격을 형성하고 있는 북알프스의 들머리. 나가노(長野)까지 장장 90km를 내리달리는 이 북알프스의 중심,다테야마.구로베(立山.黑部)알펜루트(Alpine Route)가 지척이다. 3천m급 산봉우리들이 펼쳐놓는 대자연의 절경,한겨울 작은 빌딩 높이로 쌓인 눈을 뚫어 만든 설벽길이 있어 더욱 이채로운 알펜루트로 출발! 알펜루트의 출발지는 다테아먀역(해발 475m). 스위스풍으로 지어진 역사와 고봉들의 풍경에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하다. 주변엔 각기 독특한 주제의 개인박물관이 있어 눈을 즐겁게 만든다. 역사에서부터 시작되는 가파른 오름길에 놓인 케이블카(지하철 객차 1량과 크기가 비슷하다)를 타고 10분쯤 오르면 비조이다라(美女平·해발 997m). 여기서부터는 고원버스 차례다. 고원버스는 구불구불 절벽길을 기어가다시피 한다. 차창 밖으로 눈을 돌리면 그야말로 (비류)직하삼천척. 현기증이 일 정도다. 구비를 돌 때마다 새로이 펼쳐지는 먼 산줄기 신록의 풍경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노란색 천지를 이룬 야생화 무리도 반갑다. 고원버스는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치솟은 전나무숲을 지나 잠시 정차한다. 탄성이 터진다. 오른쪽 아래 까마득한 곳에 쏟아져 내리는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3백50m에 달하는 거대한 2개의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고원버스는 힘이 드는 듯 거북이 속도로 움직인다.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다테야마(立山·3,015m) 연봉이 점점 가까워지면서,나무의 키는 작아진다. 길옆에 쌓인 눈이 봄속의 겨울을 느끼게 한다. 드디어 무로도(室堂·해발 2,450m) 입구. 사진으로만 보던 설벽길을 마주한다. 20m 높이의 설벽이 긴 터널처럼 이어져 있다.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비롭다. 일본인들은 푸른 하늘색과 절묘히 어울린 이 설벽을 유키노 오다니(눈의 계곡)라 부르며 알펜루트의 최고 볼거리로 꼽는다. 설벽의 높이는 낮아지지만 6월 초까지는 볼 수 있다고 한다. 주변의 신록으로 더욱 하얗게 보이는 다테야마 연봉의 의연한 자태를 마음속에 각인시키고 10여분 정도 걸어 칼데라호수인 미쿠리가케 주변을 걷는다. 둘레 6백30m의 이 칼데라호수는 다테야마 연봉의 모습을 반영,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산책로를 따라 밑으로 내려가면 썩은 달걀 냄새가 나는 지옥계곡을 만난다. 진한 유황온천의 물줄기가 간헐적으로 뿜어져나오는 곳으로 온천 천국인 일본에서도 알아준다. 무로도에서 트롤리버스를 타고 다테야마를 관통하는 터널을 지나면 다이칸보(大觀峰·해발 2,316m)에 닿는다. 다음은 로프웨이 차례. 로프웨이는 구로베다이라(黑部乎·해발 1,828m)까지 이어져 있다. 2천m가 넘는 산과 산을 연결하는 로프웨이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넋을 잃게 할 정도다. 구로베다이라에서 10여분 정도 케이블카를 타고 내료가면 구로베댐과 마주한다. 구로베댐은 일본 최대 규모의 댐. 주변 경치도 한폭의 산수화를 떠올리게 한다. 구로베댐까지가 알펜루트 산악관광의 핵심. 빙 둘러 구로베협곡까지 구경한다면 금상첨화다. 구로베협곡은 86km 길이의 구로베강이 8천여 구비를 휘돌아 만들어낸 일본 최대 협곡. 구로베댐을 건설하기 위해 놓은 협궤 산악철도가 관광객을 실어나른다. 41개의 터널,21개의 철다리를 지나며 1시간30여분 동안 아슬아슬한 협곡 탐방길을 안내,색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수첩 ] 아시아나항공(1588-8000)이 매주 월.수.토 도야마 직항편을 띄운다. 비행시간은 2시간정도. 알펜루트에 미다가하라호텔,다테야마호텔 등이 있다. 도야마현의 우오즈 다이이치호텔에서는 알펜루트까지 무료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숙박비는 1인당 1박 6천엔. 고속도로통행료(1천2백엔)는 본인부담. 온천호텔 중 긴타로온천의 수질을 알아준다. 1인당 1박2식 9천엔. 아시아나항공 도야마지점(도야마 441-6101)에서 도야마관광 관련정보를 얻을수 있다. 리치웨이(02-755-3663),팬더투어(02-7777-230)등의 여행사에서 알펜루트.가나자와4일(1인당 84만9천원),알펜루트3일(1인당 74만9천원)등 패키지여행상품을 내놓았다. 알펜루트와 구로베협곡까지 둘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