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핵문제 해결를 위한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다. 북핵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방법을 놓고 미국내 강온파간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미국의 입장은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단 북한에 대한 사전보상은 절대 없으며 핵을 포기하면 경제지원를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얼핏보기에는 '베이징 3자회담' 이전과 별로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미국의 명확한 대북정책은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와 뒤 이은 한.미.일 3국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 이후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푼다=북한이 베이징 3자 회담에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핵 재처리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밝혔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외교적 방법에 의한 위기 해소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최근 북핵 문제와 관련,"우리는 우방들과의 협조 아래 부시 대통령이 천명한 외교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다자틀 속에서 대화로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파월 장관은 "미국이 북핵 보유를 용인하는 대신 핵물질 수출저지로 북핵정책을 선회하고 있다"는 최근의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우리는 북한이 핵능력을 갖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보도를 공식 부인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미국의 대북 정책은 여전히 검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수 있도록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 함께 외교적인 수단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북접근법'은 이라크 전쟁과 같은 정권교체가 아닌 셈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외교적 방법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외교적 방법을 포기한다면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경제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와관련,일부 해외 언론들은 미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해상봉쇄를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 고립계획은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 없이는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이외에도 북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북한은 미국이 이같은 행동을 한다면 '최후의 비상조치'를 거론하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우리 정부의 입장=우리 정부는 3자회담 후속조치와 관련,미국 일본 등 관련국과 정보를 공유하며 최종입장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북한이 내놓은 제안을 미국이 계속 검토중이고 우리와도 협의하고 있다"며 "오는 14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다음에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를 거쳐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사무차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북핵회담에 대한 한국참여 불고집' 방침과 관련,"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목표달성에 어려움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향후 4,6자회담으로 확대될 때 한국은 반드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미가 대화를 통한 평화해결을 전제로 베이징 회담이 시작됐고 그것이 잘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경제봉쇄 등 강경한 조치를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