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들이 가차없이 잘려나간다. 잘린 나무들은 소나무 무덤을 이루고 잔가지들은 남김없이 불태워진다. 치사율 1백%의 재선충(材線蟲)에 걸린 소나무들이다. 강력한 전염성 때문에 '소나무 에이즈'라는 별칭이 붙은 이 치명적인 병으로 올 들어 부산에서만 6천여 그루의 소나무를 잘라내야 했다. 7일 오후 10시 방송되는 KBS 1TV 환경스페셜 '루이지애나 재선충,한반도에 상륙하다'는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재선충으로 인한 소나무들의 위기를 집중 취재했다. 재선충은 소나무에 기생하는 선충의 일종.선충은 수억년 전부터 식물 동물 토양 등에 기생해 온 실같이 가느다란 기생충으로 다양한 변종이 존재한다. 재선충의 크기는 0.6∼1mm 정도로 육안으로 식별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작지만 빠르게 증식하며 소나무의 수분 이동통로를 막아 고사시킨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재선충의 근원지는 미국 루이지애나. 물품 이동과 함께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로 이젠 한반도에도 상륙해 우리 소나무를 위협하고 있다. 재선충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자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산림청에서는 급기야 헬기를 동원한 항공방제에 나섰다. 방역효과를 높이기 위해 위성시스템까지 동원했다. 그런데 무차별적인 항공방제에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항공방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데다 다른 생명체까지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60년대에 재선충 피해를 본 일본은 이제 방역을 포기한 상태다. 다만 꼭 살릴 소나무만 정해 집중 관리하고 있다. 또 재선충 감염지역에서 살아남은 소나무 가지를 잘라 묘목을 키우고 있다. 재선충에 강한 저항성 소나무를 키워 일본 전역에 심을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룬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