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 국내외 최악의 기업환경…변해야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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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 1999년을 기준으로 볼 때 자기 회사의 기업 가치를 높이지 못하고 오히려 파괴하고 있는 회사들이 국내 기업의 39%에 달했다.
상장기업만으로 볼 때(2001년 기준)도 5백80개 회사 가운데 금융비용보다 적은 영업이익을 겨우 내는 업체들이 23%에 달하는 것을 비롯 우리 상장 기업의 42%가 장기적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란게 맥킨지의 진단이다.
10개중 4개 회사는 사업은 하고 하지만 망해가고 있는 형편인 셈이다.
속만 곪아 있는게 아니다.
외부적 환경도 최악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계속돼 수출환경이 나쁜데다 내수경기도 고개를 들 기미를 좀체 보이지 않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도 예측가능성면에서는 국내외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핵 문제 등으로 우리의 국가위험도(country risk)도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이같은 회색빛 현실에서 기업이 선택해야 할 것은 별로 많지 않다.
형편이 나은 회사는 '미래 수종 산업'을 찾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등 중.장기적 포석도 병행할 수 있지만 대부분 회사들은 생존이 시급한 과제다.
국내외 기업간의 격렬한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훗날을 도모할 것인가가 화두인 것이다.
사실 지난 97년 이후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승부수를 띄우는 경영혁신 노력을 기울여 왔다.
대기업 그룹의 경우 많은 회사들이 핵심역량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조정하고 부채비율을 정부의 권고치인 2백% 이하로 낮추는 등의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그동안 올린 경영혁신 성과가 성장과 발전의 밑받침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이 했다는 '혁신은 멈출 수 없는 영원한 나그네길'이란 말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다는 경영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어쩌면 5년여 구조조정을 했다고 당장 커다란 성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조급증의 산물인지도 모른다.
일본의 경우 80년대 품질 혁명을 주도하기 전까지만 해도 '모방자'란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은 미국에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던 에드워드 데밍과 조셉 주란 등 두 미국 통계학 교수들의 이론을 발전적으로 받아들여 품질(quality)을 키워드로 한 경영혁신운동을 선도했다.
자동차 가전 등에서 일본은 미국 기업들을 물리치고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미국이 '6시그마'로 반격하는데는 10여년이 훨씬 넘게 걸렸다.
우리에게 꼭 맞는 한국적 경영혁신 방법론은 아직 없다.
외국 것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있다.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대기업의 성공 사례가 공유돼야 하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경영혁신이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박성주 원장은 "중국이 2008년 올림픽 이전에 인프라를 완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기업이 가진 시간 여유는 중단기 2년, 장기적으로 봐도 5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