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마음의 창이라면 입술은 관능의 창이라 했다. 심장을 녹여내릴듯 달콤하고 뜨거운 입술.붉은 입술은 자고로 건강의 증표이자 펄떡이는 젊음과 터질 듯한 욕망의 상징이다. 자연스럽게 반짝이는 입술화장이 한동안 유행하더니 올 여름에는 빨간 입술이 급부상할 조짐이다. 뷰티 업계는 최근 올 여름 메이크업을 제안하면서 오랜만에 붉은 립스틱을 주요 트렌드로 지목했다. LG생활건강 라끄베르팀의 정지영씨는 "사회가 불안하고 뒤숭숭하면서 오히려 과감하게 개성을 표현하는 자기연출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자연 입술색에 가까운 청순한 입술과 강렬한 붉은 입술이 유행의 양대축으로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남국의 정열 … 블루 vs 레드 빨간 립스틱처럼 극과 극의 이미지를 함께 지닌 화장품도 드물다. 도회적인 여성미의 극치로 여겨지는 한편으론 경박한 유혹이나 도발의 상징으로도 제일 먼저 꼽히기 때문.그만큼 조심스럽지만 도전해볼 만한 가치도 있는 셈이다. 태평양 라네즈는 '립스 포에버'라는 이름의 레드 립스틱을 강력하게 밀고 있다. 선명하게 반짝이는 붉은 입술이 포인트.대표 패턴인 '시티 드림'은 푸른빛이 감도는 블루블루 아이섀도를 가볍게 발라주고 파티퍼플을 쌍겹 부위에 살짝 덧바른다. 컬러 루즈로 선명한 빛깔을 낸 다음 다 마르면 글로시 탑 코팅을 발라 촉촉함을 더해준다. LG생활건강 라끄베르도 '썸머 스타 레드'라는 주제로 이국적이고 강렬한 분위기의 레드 메이크업을 제안했다. 붓에 레드 롱래스팅 립스틱을 칠해 입술 전체에 꼼꼼히 펴준다. 썸머스타 화이트 아이섀도를 눈두덩과 눈아래에 가볍게 발라주되 마스카라로 심심한 느낌을 없앤다. 펄그레이,펄블루 색상을 살짝 덧칠하면 화려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변신할 수 있다. 나드리는 '멜 비키니 걸-아쿠아드림'을 주제로 삼았다. 밝은 블루 아이섀도와 레드 립스틱으로 이지적인 느낌을 표현했다. 잊지 말자.입술을 강조할 때는 다른 부분은 반드시 컬러를 한숨 죽여준다. 자칫 무엇 잡아먹은 입술이 될 수 있다. 피부는 보송보송하고 산뜻하게 표현해야 붉은 입술이 한결 돋보인다. 얼음공주의 매혹 … 페일블루 vs 페일핑크 에스티 로더는 선탠을 즐기지 않는 동양 여성들을 겨냥해 흰 피부에 어울리는 서늘한 느낌의 화장법을 제안했다. 타이틀은 '아이스 화이트'.푸른 북극해와 눈처럼 빛나는 빙하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흰가루를 섞은 듯한 파스텔 컬러가 주조다. 다소 창백해 보이는 퓨어컬러 아이스블루 아이섀도와 연한 핑크,라일락 컬러의 퓨어컬러 크리스탈 립스틱을 어울린다. 여기에 립글로스를 덧발라 촉촉한 질감과 반짝임을 준다. 푸른색 마스카라로 마무리해 깊이감을 준다. 한불화장품 '바탕'도 '아이스걸'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빛의 각도에 따라 광택이 달라지는 화려한 반짝임이 특징.'쿨 섬머' 패턴의 경우 눈가엔 차가운 느낌의 화이트,스카이,다크 블루로 매력적인 도도함을,입술엔 연한 핑크 컬러로 창백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순수한 아름다움 … 파스텔 블루 vs 베이지 자연 화장은 영원한 인기 화장법.화이트 색상의 섀도를 적절히 활용하면 소녀적인 순수함을 물씬 풍길 수 있다. 코리아나 '엔시아'는 '쿨섬머'라는 이름으로 바다같은 눈매와 모래빛 입술을 제안한다. 다소 푸른빛이 감도는 화이트 컬러로 눈매에 시원함을 주고 쌍꺼풀 부분에 바랜 듯한 블루 컬러로 깊이를 더한다. 한국화장품 '칼리'도 카리브 해안에서 모티브를 얻은 '카리브비치' 패턴을 제시했다. 투명한 푸른 아이섀도에 모래사장빛 베이지 입술로 사랑스러운 소녀풍을 연출한다. 샤넬은 '빛과 그림자'를 주제로 잡았다. 진주빛 펄이 감도는 핑크,베이지,피치,골드 컬러로 부드러우면서도 생기있는 느낌을 살렸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