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지가 매년 특별 섹션으로 펴내는 '포스트 200'은 워싱턴DC 주변에 본사를 둔 대기업들의 동향을 한눈에 보여준다. 주요 상장기업 1백65개,비상장기업 15개,금융기관 20개 등 2백대 기업의 영업실적을 담고 있다. 72쪽으로 된 이 섹션의 특징은 미국 전체와 워싱턴 주변의 경기동향을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미국에서 워싱턴 만큼 경기를 덜 타는 곳도 없다. 불경기 때 오히려 돈을 더 쓰는 연방정부가 자리잡고 있는데다 교육여건도 좋아 다른 어떤 곳보다 불경기를 잘 이겨내고 있다. '포스트 200'은 이런 워싱턴의 경제동향을 잘 보여줬다. 경기가 바닥을 헤매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부도 공포에 시달렸지만 워싱턴에서 연방정부를 상대로 비즈니스하고 있는 '정부서비스업'은 호황을 누렸다. 정부서비스업은 전체 매출중 50% 이상을 연방정부(주정부 포함)에서 일으키는 업종을 말한다. 연방정부에 각종 업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거나 기술적인 지원을 하는 회사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포스트 200'에 들어간 정부서비스업체들중 지난해 손실을 본 곳은 하나도 없다. 불경기에도 모두 이익을 낼 만큼 영업환경이 좋았다는 얘기다. PEC 솔류션 같은 회사는 매출이 무려 70% 늘었다. 이 회사는 법무부나 정보기관 등에 각종 인터넷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서비스업체들이 활황을 누리는 탓인지 워싱턴 주변의 부동산시장도 불경기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여전히 강하다. 월세도 좀처럼 고개를 숙일 줄 모른다. 한국기업들중에서도 연방정부를 상대하는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들은 얼굴 표정이 비교적 밝다. 다음달 12일 미국을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IT(정보통신)의 본산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로 간다. 재미교포들은 노 대통령이 실리콘밸리를 찾을 만큼 경제에 대한 열정이 강한 데 대해 흡족해 하고 있다. 바란다면 그 열정의 일부를 워싱턴의 고유업종인 연방정부서비스업에도 쏟았으면 한다는 점이다. 정부서비스업은 한국기업들에 무한한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몇 안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