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계 다국적 제약업체인 오가논의 한국 현지법인 대표인 헨릭 세커 한국오가논 사장(38)을 만나면 우선 체구에 기가 죽는다. 키가 무려 1백98㎝에 이르기 때문이다. 오가논 전체 임직원 1만3천명중에서 최장신이다. 체중도 1백㎏가 넘는다. 이같은 신체적 특성과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그는 19세부터 29세까지 약 10년간 농구선수로 활약했다. 포지션은 센터였다고 한다. 골프장에서는 장타자로 소문나 있다. 드라이빙 거리가 3백야드가 넘는다고 한다. 다만 "자주 치지 않아서인지 똑바로 나가는 골프볼보다 좌우로 휘는게 더 많습니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이뿐만 아니다. 35세에 덴마크 현지법인의 대표가 되는 등 샐러리맨으로서도 신화적인 존재다. 덴마크 출신의 세커 사장은 지난 97년 오가논덴마크에 PM(product manager)으로 입사했다. 4년 뒤인 2000년 오가논덴마크 사장으로 임명됐다. 사장 재임 기간중 오가논덴마크의 항우울제 '레메론'과 불임치료제 '퓨레곤'은 세계 60여개 오가논 현지법인이 판매한 각종 의약품중 상위 3위 제품에 포함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 덕택에 오가논덴마크의 매출도 지난 5년간 두배로 껑충 뛰었다. "매년 판매목표를 초과 달성해온 데다 오가논 자회사들을 설립하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덴마크에 이어 한국에서도 CEO로 활약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세커 사장이 가장 중시하는 경영철학은 감정이입(empathy).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명령하기보다는 그들의 생각을 상세히 파악한뒤 스스로 업무를 추진할수 있도록 유도하길 좋아한다. 상호신뢰도 그가 추구하는 덕목이다. 맡겨진 임무를 차질없이 수행하려면 먼저 자신부터 직원을 믿어야만 거꾸로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직원들이 손꼽는 세커 사장의 장점은 한국문화를 존중하며 피드백도 성의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호프집에서 여러명의 직원들이 안주로 주문한 찌개를 같이 먹는 걸 보고 처음엔 다소 놀라는 눈치였어요. 한국판 회식문화라고 판단했는지 개인접시를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뒤엔 자신도 숟가락으로 같이 먹더라고요."(조숙이 마케팅 부장) "입사한 지 2∼3개월 된 신입사원이 가치관이나 경영철학 등을 묻는데도 성심성의껏 답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김정숙 홍보과장) 한국오가논의 올해 매출목표는 4백억원.지난해(3백20억원)보다 25% 늘어난 수치다. 세커 사장은 한국오가논이 산부인과와 마취과 시장에서 마켓리더로서의 위치를 유지하면서 정신과분야에서도 선두에 오른다는 목표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