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가 현대 미술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 명성만큼이나 여전히 막강하다. 프랑스의 미술온라인업체인 "아트프라이스닷컴"(www.artprice.com)은 지난해 세계 1만1천곳의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거래된 실적을 토대로 "2002 세계미술시장동향"을 최근 발표했다. 지난해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는 26억달러.경매시장에서 작품이 가장 많이 거래된 작가는 피카소로 거래액이 1천30억원에 달했다. 1940년 이후 출생한 현대 작가들의 단일 미술품 거래실적을 기준으로 한 '톱 10'에는 1988년 29세의 나이로 요절한 미국의 흑인작가 장 미셸 바스키아가 1,2,5,10위를 휩쓸었다. ◆'세계 톱 10' 작가=피카소 작품은 지난해 8천2백80만달러 어치가 팔려 2001년에 이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거래 작품수만도 무려 1천3백56점에 이른다. 2위는 2001년 94위에 불과했던 바로크 회화의 거장인 루벤스.루벤스 그림은 지난해 7월 런던 소더비경매에서 사상 최고가인 8백50억원(4천5백만 파운드)에 거래된 '유아 대학살'에 힘입어 1천억원대에 육박했다. 생존 작가로는 독일 극사실 회화의 거장인 게르하르트 리히터(71)가 유일하게 10위에 올랐다. 리히터 작품은 1백점이 거래돼 판매금액이 3백30억원이었다. 1점당 30억원이 넘는 셈이다. 젊은 작가 '톱 10'에는 바스키아의 1982년작 '이윤'이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5백만달러에 팔려 최고를 기록했다. 포르노 작가임을 자처한 미국의 제프 존스 작품도 3점이 '톱 10'에 들었다. 마약으로 사망한 바스키아나 성교 장면을 사진에 담는 등 돌출행동을 일삼는 존스가 미술의 품격을 떨어뜨렸다는 비난에도 불구,베스트셀링 작가로 부상한 것엔 '미국 자본의 미국작가 스타 만들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산층이 미술품 구입 주도=아트프라이스닷컴은 지난 96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거래된 작품을 가격대별로 분석한 결과 1백만원대 이하의 거래 비중이 전체의 절반(49.42%)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 다음으론 1백만원에서 1천만원 이하 작품이 39.23%였다. 10억원이 넘는 고가 미술품 거래비중은 불과 1.36%에 불과했다. 반면 미술품 투자에 따른 수익률은 고가품일수록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평균 수익률은 1억원에서 10억원 이하 미술품이 12.76%로 가장 높았고 10억원 이상의 고가품도 12.04%에 달했다. 그러나 일반인이 선호하는 1백만원 이하의 저가품은 수익률이 마이너스 6.4%였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