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주택이 아니라 도시다"..이동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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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강남의 재건축아파트 등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등 대책을 내놓았다.
수없이 되풀이됐던 식상한 정책이다.
발표는 요란하지만 약효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굳이 투기꾼이 아니라도 짐작하는 바다.
강남 집값 오름세가 잠시는 주춤거리겠지만 장기적인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양도세 중과분은 매매가에 전가되어 아파트 가격을 더 올려놓을 게 뻔하다.
강남에는 양도세나 재산세 중과를 부담할 수 있는 계층만 남고 이를 감당하기 힘든 계층은 점차 퇴출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강남은 '부동산 지존'의 위상을 더욱 확실하게 굳힐 것이고 강남에서 흘러넘친 수요는 신도시 등 다른 지역으로 번져나가 수도권 부동산시장 전반을 다시 달굴 것이다.
아파트가격 움직임은 강남이 선도하고 신도시 등 다른 지역이 따라가는 '기러기 편대비행'과 같은 양상이다.
'강남 문제'의 본질을 정면 돌파하지 않고 세금으로 수요를 억제하고 아파트 물량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문제해결이 안된다.
강남 아파트 값을 단순한 부동산값(건물+지분)으로만 계산한다면 큰 오산이다.
8학군 교육값,예술의 전당같은 문화공간 값,선진국 수준의 지하철 등 교통서비스 값,웬만한 중앙부처 수준을 능가하는 지자체(구청)의 행정서비스 값 등이 포함된 일종의 '멤버십' 가격이요 강남이라는 하나의 '브랜드' 값이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소비자가 삶의 질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택 수요자의 눈높이는 '강남'에 맞춰져 있는데 정부는 지난 10년간 교육이나 교통 행정서비스 등에서 강남은 커녕 지방 중소도시보다 못한 '준농림지 아파트단지'만 줄기차게 공급해 왔다.
분당 일산 신도시만 하더라도 하드웨어 만큼은 강남 수준으로 건설됐기때문에 강남 대체도시로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그 후 정부는 도시수준의 핵심인 교육여건,행정서비스 등 소프트웨어를 강남 수준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결과 서울에서 분당이나 일산으로 갔던 사람들이 앞다투어 'U턴'하고 있는 중이다.
일부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유별나게 신분상승욕구가 강하고 일류병이 깊어 강남으로만 몰려가려는게 문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교육에서 문화 쇼핑까지 모든 도시생활 서비스의 '최고와 일류'들이 서울 강남에 '일극집중'된 나라는 우리 말고는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이같은 도시구조문제와 경제 발전단계에 따른 수요패턴 변화를 무시하고 주택물량공급에만 치중함으로써 '강남의 차별성'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는 하루빨리 기존의 주택정책에서 도시정책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공급물량에 매달릴게 아니라 신도시 등에 특수 목적고 등을 집중배치해서 강남수준의 교육여건을 만들고 제2,제3의 예술의 전당을 신도시에 유치해서 문화서비스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서울과의 연계교통망을 확충시키는 등 '강남 대체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강남 수요를 분산시켜야만 강남 아파트는 물론 강남이 주도하는 부동산시장의 전반적인 안정과 정부가 입버릇처럼 외치는 '영세민 주거환경개선'도 구현할 수 있다.
수준 높은 도시 만들기는 택지개발과는 차원이 다르다.
신도시 교육여건 확충만 하더라도 전교조의 반대가 예상되는 등 극복과제들이 숱하다.
물량공급에만 열중해온 건설교통부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총리가 직접 나서서 교육 문화 교통 등 관련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하고 장기적으론 지역간 도시간 경쟁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푸는게 바람직할 것이다.
lee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