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jun@woorifg.com 절친한 두 친구가 밀림 속을 탐험하고 있었다. 그 때 저만큼 앞에서 먹이를 발견한 굶주린 호랑이가 바람을 가르며 달려왔다. 그러자 한 친구가 갑자기 허리를 굽히고 운동화 끈을 고쳐 매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한 친구가 "아니 어차피 호랑이 걸음을 이기지 못할 텐데 운동화 끈은 왜 조여 매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친구는 껄껄 웃으며 "자네보다 빨리 뛰기만 하면 나는 살 수 있네"라며 혼자서만 쏜살같이 도망쳐 버렸다. 냉랭해 가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은 이야기다. 우리사회는 이웃과 더불어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을 갖고 있다. 그러나 어느 새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보다는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상호신뢰와 존경의 기존질서가 흔들리는 것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다. 사회는 어차피 혼자서 살아 갈 수 없는 곳이다. 나의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남에 대한 배려와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단어의 뜻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골프 스윙을 잘하려면 '고개를 숙이고, 몸에 힘을 빼라'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를 낮추고 남에게 부드럽게 대하는 것이 인간관계를 바르게 하며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지름길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필자의 사무실 벽에 걸린 액자 중에 '겸즉진'(謙卽進:겸손하면 앞으로 나아간다)이란 글이 있다. 1980년대 말 베이징 출장 중 공자가 후학을 가르쳤던 국자감에 들렸을 때 기념으로 받은 것인데 그 이후 사무실을 옮길 때마다 꼭 가지고 다니면서 좌우명으로 삼은 셈이다. 최근에 본 국내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중국 역사 속의 인물을 평가한 '변경'(辯經)이라는 책이 있다. 소개하고 있는 많은 인물 중 부드러움과 겸양으로 강경함을 제압한 전국시대 조나라 재상이었던 '인상여'의 경험은 오늘날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생활의 지혜를 더해준다. 첫머리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고 한다. "바람처럼 달려오던 호랑이는 뒤에 처진 사람보다는 앞에 뛰어가는 건강한 사람이 더 맛있을 것 같아 열심히 앞 사람을 쫓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