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조기 종결로 한숨 돌리나 싶던 세계경제가 이번에는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인해 또 한번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적으로 사스로 인한 피해규모가 3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나,사스확산이 계속될 경우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질 것이 너무도 분명하다. 특히 '지구촌의 공장'으로 떠오른 중국이 바로 사스 발병의 진원지이자 최대 감염지역이어서 인접한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경제가 우선 타격을 볼 수밖에 없게 돼있다. 현재 중국 홍콩 등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 수도 베이징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나은 처지인 상하이 등 다른 지역도 당국이 사스감염 실상을 숨기고 있다는 시민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키지 못해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그 결과 중국경제의 원동력인 생산 소비 외국인투자가 한꺼번에 위축됐고,중국내 일부 다국적기업들은 생산기지 해외이전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홍콩도 올해 성장률이 0.5%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국내총생산(GDP)의 5%를 넘어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한 재정적자가 더욱 확대되고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는가 하면 홍콩달러화 절하 압력으로 인해 오랜 기간 지속돼온 달러고정환율제가 흔들리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올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 칠 것이라는 일부 외국 금융기관들의 예측은 실로 충격적이다. 올 1분기 성장률 9.9%와 극적인 대조를 보이는 건 차치하고라도,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경제가 모두 불안한 마당에 중국경제 마저 침체될 경우 세계경제에 엄청난 파장이 우려된다. 연간 성장률이 7% 이하로 떨어질 경우 국유기업 개혁에 따른 실직자와 도시이주 농민들을 위한 일자리 마련이 어려워져 자칫 기존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정부도 사스확산 장기화에 대비해 서둘러 대책을 강구해야 마땅하다. 중국 등 현지 투자기업의 조업단축 채산성 악화 등도 문제이지만,중국과 동남아 경제의 침체로 인한 수출감소,외국인투자 축소,관광 항공운수 등 서비스업 위축 등 간접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사스감염을 초기에 신속하게 차단하기 위해 방역 인력을 대폭 늘리고 공항검역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방역시스템을 구축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