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K퀵서비스 회사에서 배달업에 종사하는 이모씨(34)는 작년 말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 작년 초 아버지의 사업부도를 막기 위해 자신의 신용카드 7개로 3천여만원을 끌어온 게 화근이었다. 은행 3곳에서 빌린 신용대출액만 해도 연체이자 때문에 벌써 4천5백만원으로 불어났다. 이씨는 지난달 '유일한' 구제책인 개인워크아웃(신용회복지원)을 신청하기 위해 서울 명동에 있는 신용회복지원위원회를 찾았으나 자격이 안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씨가 혜택받기 위해선 매달 원리금을 1백40여만원씩 갚아야 하지만 그의 월급으론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달 중순부터 이씨와 같은 고액 채무자들에게도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위원회는 신용불량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개인워크아웃 실효성 제고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자격요건 완화=제고방안에 따르면 신용불량자들의 채무 상환기간이 현행 5년에서 8년으로 연장된다. 이씨의 경우를 예로 들면 원리금 약 8천만원을 5년 안에 나눠 갚아야 했기 때문에 그의 현재 소득 수준으로는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없었으나 앞으론 8년간 매달 90만원씩 갚으면 되기 때문에 신청이 가능하다. 또 채무자가 자신의 수입이 늘어날 경우 할증방식으로 상환할 수도 있다. 매달 고정적으로 같은 금액을 납부하지 않고 수입이 늘어날 경우 빚을 더 빨리 갚을 수 있게 된다. 사업성 채무액이 총 채무액의 30% 미만이어야 한다거나 1개 금융회사 채무액이 전체의 70%를 넘어선 안된다는 규정도 없어진다. 개인워크아웃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금융회사 채무가 전체의 20%를 넘더라도 협약외 채권자가 동의만 하면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신청서류 및 절차 간소화=개인워크아웃 신청자가 그동안 개별 금융회사들을 일일이 찾아 발급받아야 했던 부채증명서 적격확인서 등을 폐지한다. 또 개인워크아웃이 확정될 경우 금융회사를 다시 들러 신대출약정서를 개별적으로 맺어야 했던 절차도 없애기로 했다. 3천만원 이하의 채무 변제계획(채무감면액 10% 미만)에 대해서는 심의위원회 심의절차도 생략한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들의 채무 변제계획 동의여부 통지기간을 현행 14일에서 10일로 나흘 단축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그동안 개인워크아웃 접수 후 세 달 가까이 걸리던 개인워크아웃 처리기간이 앞으로 5주 안팎으로 크게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약식 개인워크아웃 도입=개인워크아웃 신청자의 채무액에 대해 50% 이상의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지원계획을 세울 경우 다른 금융회사들은 이를 그대로 따르도록 했다. 이른바 '약식 개인워크아웃'이다. 지금까지는 소액이라도 모든 채권 금융회사가 1백% 동의해야 채무 변제계획이 확정됐다. 다만 지원대상 및 방법은 사안별로 채권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기로 했다. 대상은 연체 1년 이상,3천만원 이하의 무담보채권으로 제한된다. 개인워크아웃 신청과 동시에 내야 하던 신청비용(5만원)도 앞으로는 개인워크아웃이 확정된 시점에 납부하면 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