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게도 오늘날 프랑스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과학이라는 천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감소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과학이란 열정적인 직업입니다. 이 분야에서는 항상 연구하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합니다." 9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클로드 코엔 타누지 박사는 "과학은 우리 자신을 연마해야 하는 도구이면서 국가가 필요로 하는 최고의 무기"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품고 있는 모든 문제와 의심은 과학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물리 화학 생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타누지 박사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시절부터 토론과 논쟁을 무척 좋아했다"며 "과학자의 꿈을 키울 수 있었던 데는 어린시절 과학에 대한 관심을 심어준 부모의 영향이 컸다"고 털어놨다. "유태인인 부모는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독학으로 다양한 지식을 쌓은 아버지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타누지 박사는 아버지가 성서 탈무드경전뿐만 아니라 정신분석학 철학 역사에 대해서까지 많은 관심과 지적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타누지 박사는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파리대학을 거쳐 프랑스대학 교수로 부임하면서 과학적 탐구에 깊이 빠져들었다. 50여명의 교수가 재직중인 이 대학은 유연한 학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의가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돼 있으며 학위도 따로 수여하지 않는다. 강의 주제를 해마다 바꾸도록 돼 있다. "매년 다른 주제로 강의한다는 게 힘든 일이었지만 지식의 폭을 넓히는 데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이같이 개방적인 연구환경 속에서 양자전기역학 양자광학 등 노벨상 수상의 밑거름이 된 다양한 주제의 학문영역을 탐구할 수 있었다. 80년에는 당시로선 새로운 분야인 레이저 파동 내에서의 원자운동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가 바탕이 돼 레이저를 이용해 원자운동을 고정시키는 '원자냉각 방법'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계기로 개별 원자를 더 자세하게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보통의 가스 원자는 너무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관찰하기가 불가능하다. 실온상태에서 공기 원자가 이동하는 속도는 시속 4천㎞.섭씨 영하 2백70도 상태에서도 시속 4백㎞로 움직인다. 따라서 원자의 행동특성이나 구조를 파악하려면 원자냉각 방법 등을 사용해 원자의 속도를 크게 줄여야 한다. 그는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97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스티븐 추 박사,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의 월리엄 필립스 박사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현재 중력의 힘을 측정하는 계기 개발에 이용되고 있으며 우주탐사시 사용되는 정밀한 원자시계를 제작하는데 적용되고 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