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시장 감시자'로 자부해온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남기 전 위원장의 구속 수감으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10억원 시주압력 사건이 공정위의 조직적 개입과는 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지만,세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어찌 보면 공정위는 권력의 속성상 얼마든지 부패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법안 제출권과 사법권 행정권을 모두 갖고 있는 막강한 권력기관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3권 분립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 바로 공정위다. 공정위원장은 국무위원이 아니어서 형식상 법안 제출권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카르텔일괄정리법,약관규제법,할부거래법 등 9개 법률을 관장하고 있다. 상급기관인 총리실을 통해 법안 제출권도 완벽하게 행사하고 있다. 강철규 공정위원장이 최근 "출자총액 제한제도의 실효성을 검토하겠다"거나 "금융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 제한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공정위가 법안(국회 제출안)을 개정하고,이를 토대로 불공정거래 혐의 등을 조사하고,위원회 전원회의가 최종 판결까지 내린다면 견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공정위의 막강한 권력은 검찰 국세청 금융감독위원회와 비교해도 알 수 있다. 검찰은 범죄자를 단죄하지만 판결 권한은 법원에 있다. 검찰업무와 관련된 법령 개정은 법무부가 맡고 있다. 탈세범을 잡는 국세청도 세정(稅政)만 담당할 뿐 세제(稅制)는 재정경제부가 책임지고 있다. 금융시장을 감시·감독하는 금융감독위원회 관련 법령은 재경부 금융정책국 소관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정위는 더 많은 권력을 갖겠다고 나서고 있다. 강 위원장은 최근 "공정위 일부 직원을 사법경찰관으로 지정하기 위해 법률개정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경제력 집중 억제'를 내세우는 정부기관이 어느 부처보다도 집중된 권력을 추구한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말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권력 집중'부터 따져볼 일이다. 현승윤 경제부 정책팀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