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사스에 몸살앓는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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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질병이 동시에 닥칠 경우 경제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
세계경제는 전쟁과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이전부터 불균형과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제는 지난 2,3월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부문까지 약세 신호를 보냈다.
고용부진과 지난 1분기중 유가상승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렸다.
여기에다 세계에서 가장 탄력적이었던 아시아 경제마저 사스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사스는 항공과 여행 엔터테인먼트 소매 등의 서비스 산업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아시아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3~4%에 이른다.
특히 사스 감염자수가 가장 많은 중국의 관광객이 최근 급증하면서 아시아 관광산업의 성장세를 이끌었기 때문에 사스로 인한 아시아 경제의 충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사스 탓에 모건스탠리증권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5%에서 4.5%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관광산업 매출이 앞으로 3개월간 전년 동기비 60% 급감한 뒤 다시 평시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전제를 근거로 하고 있다.
사스는 세계경제의 성장세를 뒷받침해온 아시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경제는 지금 마지막 버팀목을 잃은 셈이 됐다.
만약 세계경제가 사스 발생 이전에 좀더 활력적인 상태였다면 사스 문제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스 발생 전부터 세계경제는 전쟁과 관련한 불확실성 등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지금 사스는 그동안 내재돼온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분출시키는 촉매가 되고 있다.
이미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에 미국 1.4%,유럽 1%,일본 2% 등으로 사실상 정체돼 외부충격을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였다.
역사상 성장속도가 정체된 상황에서의 외부충격은 언제나 경제에 치명적이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세계경제는 수축과 확장의 분기점으로 여겨지는 2.5%미만인 2.4%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9·11테러 이후 3년만의 두번째 침체가 되는 셈이다.
2.4%는 경기수축과 확장의 분기점을 소폭 밑도는 미미한 침체지만,문제는 추가하향이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이라크 재건은 건설 붐을 일으킬 것이고 사스도 곧 제어될 것이다.
그러나 2001년 9·11테러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해보라.침체 뒤의 짧은 회복(더블딥),그리고 또 다시 부진이었다.
미국의 이라크전 승리로 소비자신뢰가 높아지고 소비지출도 다시 늘어날 수 있겠지만 9·11테러 직후의 반등처럼 단명에 그칠 것이다.
이라크전 승리에 따른 낙관은 사스가 아시아 경제에 가한 타격과 버블 후유증으로 발목이 잡힐 것이다.
특히 세계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 점점 늘어나는 미국의 경상 및 재정적자는 큰 걱정거리가 아닐수 없다.
이런 점들은 세계경제가 지속적인 취약함 속에서 고전할 것임을 시사한다.
사스는 이미 기진맥진한 세계경제를 쓰러뜨리는 결정타일 뿐이다.
세계경제의 더블딥은 사스로 인한 단순한 불운 때문이 아니라,세계경제를 덮치고 있는 구조적 결함의 결과물이다.
정리=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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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모건스탠리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Asia sneezes and the world catches a cold'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