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일 핵폐연료봉의 재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혀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과의 회견에서 "이제는 8천여개 폐연료봉들에 대한 재처리 작업을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달 초에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에 이에 대해 중간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또 "조선반도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조ㆍ미회담이 베이징에서 곧 열리게 된다"며 "이 회담에서 중국측은 장소국으로서의 해당한 역할을 하고 핵문제의 해결과 관련한 본질적인 문제들은 조.미 쌍방 사이에 논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 폐연료봉 재처리 의도 =북한의 핵폐연료봉 재처리는 미국이 설정한 인내선인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어서 한반도 주변에 극단적인 긴장을 몰고 올 수 있다. 미국 강경파들은 북한이 핵폐연료봉을 재처리할 땐 대북제재를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8천개의 핵폐연료봉이 재처리되면 핵무기 4-6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이 추출될 수 있어 국제사회의 반발을 살게 분명하다. 또 최근 가까스로 마련된 북,미간 대화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다음주 미국 중국과의 베이징 3자 회담을 앞두고 폐연료봉 재처리를 공표한 것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고도의 술수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위기를 고조시켜 회담에 나섬으로써 '보따리'를 더 많이 챙기는게 북한식 회담 전략이었다는 점에 비춰 이번에도 이같은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 베이징 3자 회담은 북.미 직접 회담임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 우리 정부 반응 =정부는 일단 북측이 재처리에 들어간 것은 아니며 다만 '준비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재처리 준비단계가 진행된 것은 확인했으나 아직 재처리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지난 3월 코리아소사이어티 커리어 부소장에게 핵재처리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때부터 재처리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단계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반기문 청와대 외교안보보좌관은 "미국측은 북한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전해 왔다"면서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황영수 국방부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 정보기관의 공동평가에 따르면 북한은 재처리 시설 가동을 위한 준비는 해왔으나 재처리 시설 가동 징후는 현재까지 접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 미국 정부 반응 =CNN방송은 18일 부시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18일 북한이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은 '모욕적인' 일이며 이로 인해 다음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중국 및 북한과의 3자회담이 위태롭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평양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8천여개에 달하는 사용후 핵연료봉을 재처리한다는 위협을 진지하게 실행에 옮기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이같은 발표는 다음주 베이징 회담에서 북한측 입장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