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비디오에 등장하는 가수 마돈나의 모습은 극도로 이중적이다. 육감적 몸매로 잘 생긴 남자들을 하나하나 굴복시키는가 하면 때로는 근육질의 남성에게 복종하는 노예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학술연구원인 심리학자 마야 스토르히는 마돈나의 이런 모습이 복잡한 현대 여성의 상황을 대변한다고 말한다. 일과 삶에서 당당한 여성들이 사랑 앞에서는 '폭군'이 돼야 할지, '노예'가 돼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채 허둥대고 실패를 거듭한다는 것. 그녀가 쓴 책 '강한 여성의 낭만적 딜레마'(장혜경 옮김, 푸른숲, 9천원)는 '강한 여성'들이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와 해결책을 제시한다. 저자는 구스타프 융의 분석심리학으로 이 딜레마의 원인을 짚어낸다. 당사자는 전혀 또는 거의 의식하지 못하지만 성장과정에서 억압됐던 인격의 일부가 '그림자'처럼 무의식에 자리잡고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지극히 도덕적인 생활을 하면서 성적인 일탈을 비난하는 사람의 그림자에는 거칠 것 없다는 바람둥이가 숨어 있다. 마찬가지로 강한 여성의 무의식에는 해결되지 않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자리잡고 있어서 어느날 강한 남자를 만나는 순간 즉각 '아버지의 딸'이라는 역할에 빠져들게 된다고 한다. 전통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무의식 속에 형성된 남성상이 '강한 여자'로 하여금 다정다감한 남자 대신 난폭한 방랑자, 내 것으로 만들기 어려운 남자를 사랑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어떻게 하면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내 안에 숨어있는 '그림자', 즉 자신의 약점을 피하고 숨기기보다 솔직히 인정하라고 저자는 충고한다. 그래야 자기 내면의 금기를 극복하고 여성이라는 사실 자체가 지닌 근원적인 힘을 되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또 아무리 멋진 남자와 함께 있어도 각자의 일부는 늘 혼자임을 깨달아야 남자에게 모든 것을 다 걸고 매달리지 않으며 정말 '강한 여자'로 성장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