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민단체 등 개혁세력의 봇물 터지듯한 개혁요구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15일 신문 인터뷰에서 (지지세력인) 개혁세력과의 갈등이 안타깝다는 심정을 드러냈듯이 노동 환경 교육 등 주요 정책마다 개혁(진보)세력들의 일시에 쏟아지는 개혁요구로 관련부처들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철도노조 파업을 둘러싼 정부와 민주노총의 신경전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민노총은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 주동자를 사법처리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은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천명한 새로운 노동정책 약속을 뒤엎는 것"이라며 "파업을 탄압하면 즉각 노무현 정부 노동정책의 파탄을 선언하고 내달 1일 노동절 투쟁을 시작으로 대정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철도청 민영화는 적자 수렁에 빠져 있는 철도산업을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면서도 상대가 민노총이어서 정부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기가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건교부처럼 많은 정부 부처들이 시민단체 등 비정부기구(NGO)들이 현 정권출범 과정에서 정책에서 지지세력 확산에 이르기까지 크게 기여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가 있어도 눈치를 살피는 실정이다. 고려대 조대엽 사회학과 교수는 "개별사안별 개혁요구들이 전부 타당하더라도 여기 저기서 개혁요구들을 한꺼번에 쏟아낼 경우 아무리 '참여'를 통치철학으로 내세운 노무현 정부라도 힘겨울 수밖에 없다"면서 "자칫하면 노 정부 지지세력이 노정부 실패를 자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유승용차 내수판매 허용문제를 둘러싼 환경.시민단체들과 정부 부처들간 갈등도 마찬가지다. 최근 경제부처들의 경유차시판 허용(2005년) 결정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환경부 폐지론'까지 들고나서 극렬 반대한 끝에 정책을 틀었다. 이들의 반대가 워낙 거세자 정부(환경부)는 부랴부랴 경유승용차 조기 허용에 따른 대기오염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 특별법'을 연내 반드시 제정키로 약속하는 등 달래기에 나섰다. 한명숙 환경장관은 이어 "수도권 대기개선 특별법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경유승용차 시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사실상 경제부처 간담회 결정을 뒤집었다. 지난 대선 막판에 노 후보 지지로 선회한 개혁파 농민단체들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둘러싸고 새 정부를 몰아세우는 형국이다. 농민단체들은 기본적으로 FTA 비준을 반대하며 불가피하게 FTA를 수용하더라도 대선 공약인 '선대책 후비준(개방)' 원칙에 따라 기금 조성 등 철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어 비준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과거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새만금 갯벌을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던 노 대통령의 지지세력인 환경단체들도 눈치(?)없이 참여정부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월 전북도민 공청회에서 "농지로 개발하려는 기본방향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밝혀 공사를 중단시킬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종교단체들과 연대해 지난달 28일부터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三步一拜)' 행사를 갖는 등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최대 교육 현안인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과 교육개방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전교조의 대치상황도 장기화되고 있다. 전교조는 오는 19일 전국 대의원 대회를 열고 투쟁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은 "NEIS 문제가 앞으로 현 정부와 전교조 관계를 재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해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서욱진.이방실.임상택.홍성원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