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 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한국시장에 진출한지 17일로 6개월이 된다.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의 한국 진출인 만큼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시장을 잠식당하지 않을까 바짝 긴장했었다.


소비자들도 새로 출범한 GM대우자동차가 GM의 명성에 걸맞은 신차를 내놓고 좀 더 편리한 서비스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GM 효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거 참…쉽지 않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GM 출신 임원들은 한국시장이 생각보다 까다롭다는데 새삼 놀라는 것 같다.


우선 판매실적이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법정관리 시절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올 1.4분기 내수시장 판매(승용차시장 기준)는 3만8천8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7천40대)보다 2.8% 늘어나는데 그쳤다.


시장점유율도 13.1%로 0.2%포인트 증가했을 뿐이다.


GM대우차 측은 목표치를 달성했다고 하지만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GM 진출에 따른 '반짝 효과'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기대했던 'GM 효과'가 실종된데 대해 내부에서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준중형차 라세티를 제외하고는 신차가 없고 인기 차종인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이나 대형 승용차가 라인업에 빠져 있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GM 특유의 느린 의사결정 탓에 신차 투입일정은 물론 모델조차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오너중심의 신속한 결정을 무기로 하는 한국기업의 장점을 따라잡지 못한 셈이다.


여기에다 GM대우차의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마케팅 노력이 부족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예를 들어 기아가 스포츠, 쌍용.르노삼성이 문화마케팅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GM대우차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회사 관계자는 "뛰어난 성능을 갖춘 라세티가 현대 아반떼XD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도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과거 대우차의 부정적 이미지가 드리워져 있는 탓"이라고 토로했다.


경유승용차 도입 허용 시기와 경차규격 확대 등 향후 자동차시장 판도를 좌우할 정책을 놓고 경쟁사의 논리에 '완패' 당한 것도 GM대우차에는 충격이었다.


GM대우차 측은 정책의 윤곽이 거의 결정되고 나서야 정부를 상대로 한 대외업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해 대우차 인수 당시 이런 중요한 정책 변수를 한국 정부가 미리 알려줘야 했다"며 한때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GM 측 임원들도 한국시장의 특성과 경쟁사의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 6개월의 성적표로 GM대우차의 성장 가능성을 폄하하는 것은 무리다.


엘런 베이티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대형차와 RV를 제외한 시장을 놓고 따지면 점유율이 28%에 달해 18%인 기아를 확실히 따돌리고 2위 자리를 재탈환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GM대우차는 GM그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경유차 엔진을 제휴사인 오펠이나 피아트로부터 들여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형 승용차나 SUV 플랫폼도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입증된 플랫폼을 반입할 수 있다.


이영국 생산담당 부사장은 "지난 시간은 GM이 한국시장에 연착륙하는 과정으로 이해해 달라"면서 "승부를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승부처를 놓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조일훈.김홍열 기자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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