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가 15일 이번 사태와 관련, "소버린자산운용과의 만남에서 SK텔레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이같은 입장 표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소버린의 경영개입 의사가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인지 여전히 안갯속일 뿐 아니라 14.99%라는 지분율은 SK(주)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의 경영권 향배를 가름할 수 있는 수치다. 소버린의 향후 행보에 따라 SK(주)와 SK텔레콤 주가도 크게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지분 14.99% 유지 ] 지금 상황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크레스트가 SK(주)에 대한 지분을 늘려 SK(주)가 SK텔레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다면 크레스트 입장에서 얻게 될 이득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이날 "최태원 회장 등의 지분이 SK글로벌 채권단에 담보로 잡히는 상황에서 크레스트는 14.99%의 지분으로도 SK(주)에 대한 상당 수준의 경영개입이 가능하다"며 "SK(주)를 통한 SK텔레콤에 대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SK(주)와 SK텔레콤의 경영투명성과 지배구조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이들 증권사는 전망했다. SK(주)와 SK텔레콤이 SK글로벌에 자금을 지원하는 일이 소버린이라는 대주주에 의해 차단됨으로써 이들 기업의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재의 지분구도가 유지된다는 것은 SK(주)에 대한 M&A나 SK텔레콤의 계열분리 등 최근의 주가상승에 상당한 기여를 했던 재료가 점차 희석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골드만삭스는 "소버린에 의한 적대적 M&A 등 투기적인 기대감을 가졌던 투자자들로 하여금 기업의 펀더멘털에 다시 관심을 갖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만일 크레스트가 스스로 밝힌 장기투자자가 아니라 단기에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자신의 지분을 SK(주)가 되사줄 것을 은밀히 요구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때는 SK(주)가 상당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도 물거품이 된다는 점에서 SK(주)나 SK텔레콤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지분 15% 넘을땐 ] 크레스트증권이 SK㈜ 지분을 15% 이상으로 높이면 SK㈜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외국인으로 분류된다. 그러면 SK㈜가 가진 SK텔레콤 지분 20.85% 중 약 12.76%를 매각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SK텔레콤 지분이 8.6%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의 경영권에 공백이 생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물론 SK그룹이 다른 우호지분을 확보하거나 SK텔레콤이 가지고 있는 자사주(10.23%)를 우호적인 투자자에 예치해 의결권 부활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SK텔레콤 주식을 6.84% 보유, 대표적인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포스코도 외국계 주주로부터 SK텔레콤 주식을 매각하라는 압력을 받아 왔다. 이런 점에서 우호세력을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다는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SK텔레콤이 자사주를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는 것도 SK텔레콤의 외국계 주주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동원증권 양종인 연구원은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을 경우 단기적으로 잠재 매물의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SK텔레콤의 계열분리에 따른 경영투명성 증대에 대한 기대감과 M&A 대상으로서의 가치가 더해져 SK텔레콤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SK그룹 입장에서는 당장 SK㈜에 대한 지배력을 잃지는 않겠지만 크레스트의 지분 확대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확보 필요성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김경모 연구원은 "최태원 SK 회장의 지분이 SK글로벌 채권단으로 넘어가면 SK그룹의 경영권 공백이 심화되기 때문에 채권단과 정부의 협조뿐만 아니라 SK㈜ 스스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