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1천2백20원대로 떨어지면서 지난달 일제히 환율 전망치를 대폭 올린 외국계 증권사들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들의 환율 전망에 의존해 달러 확보에 나섰던 국내 중소기업들이나 금융회사들이 거꾸로 손해를 보게 됐기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환율 전망치를 높여 잡기 시작한 것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이 터진 지난달 11일 이후.미국 씨티그룹 산하 글로벌마켓증권(옛 씨티살로먼스미스바니)이 지난달 12일 3개월 뒤 환율을 1천2백원에서 1천3백원으로 대폭 올렸다. 골드만삭스도 이틀 후 3개월 뒤 전망치를 종전(1천2백원)보다 10%가량 높인 1천3백25원으로 고쳐 발표했다. JP모건과 ING증권 등도 잇달아 환율 전망을 1천3백원선으로 대폭 높였다. 그러나 실제 환율은 이달 초 1천2백50원대에서 맴돌다가 이라크전 종전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6일째 내려 14일엔 1천2백20원대로 가라앉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평채 가산금리가 속락하는 등 한국의 국가위험도가 낮아지면서 환율이 외국계 증권사들의 예상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국계 증권사들의 전망만 믿고 외환거래에 나섰던 국내 중소기업들은 상당한 환차손을 보게 됐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최근 환율 때문에 손해를 본 뒤 부랴부랴 외환거래 경험자를 계약직으로 채용했다"며 "환율 전문가를 따로 두기 어려운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외국계 증권사나 은행의 전망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