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진로 회장이 1백억원대 채무부존재 소송에서 승소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윤우진 부장판사)는 "주식명의신탁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열사 임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임원들이 자사 보유 주식을 산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꾸며 1백7억원의 부당한 빚이 생겼다"며 장 회장이 진로종합유통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소송에서 원고승소를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순자산이 마이너스였던 진로종합유통은 92년 2월 대규모 기업집단의 계열사는 순자산의 40%를 초과해 국내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는 옛 공정거래법에 따라 보유주식을 처분해야 했다"며 "하지만 보유 주식이 대부분 계열사 주식이어서 경영권 방어차원에서 계열사 임직원에게 이를 명의신탁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진로종합유통은 보유주식을 임직원에게 명의신탁한 뒤 장부상으로만 임직원들에게 주식 매입대금을 빌려주고 임직원들이 이 돈으로 주식을 산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진로종합유통은 95년 자사의 대표이사인 이모씨에게 명의신탁했던 주식을 장 회장에게 다시 명의신탁하기 위해 장부상으로만 장 회장에게 주식매입대금을 빌려주고 장 회장이 주식을 매입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