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스트 경영권 확보 가능 크레스트 시큐리티스는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SK㈜ 주식 4백75만7천1백60주(3.75%)를 5차례에 걸쳐 장내 매집,총 12.39%를 확보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정도 지분이면 SK㈜의 최대주주로 올라섰을 뿐 아니라 마음만 먹는다면 임시주총 등을 통해 이사진을 교체하고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SK㈜에 대한 최태원 회장 등 오너 일가와 계열사 지분은 SK C&C 8.63%와 자사주 10.41% 등 23.87%다. 여기에 SK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다가 해외펀드에 파킹(임시예치)시켜둔 지분 7.88%와 임직원들이 보유한 우리사주 4% 안팎을 포함하면 SK측의 지분율은 최대 35.75%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 C&C 지분 가운데 6.63%는 출자총액제한에 따라 의결권이 제한되고 자사주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해외 파킹도 증권거래법 위반인 것으로 드러나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SK가 온전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우리사주를 포함하더라도 겨우 10.83%에 불과하게 된다. 크레스트 시큐리티스측 12.39%보다 모자라 경영권을 넘겨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SK㈜는 SK글로벌 37.9%,SK텔레콤 19.8%,SKC 47.7%,SK해운 47.59% 등 20여개 계열사의 최대주주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 크레스트는 SK㈜를 통해 재계 3위인 SK그룹을 통째로 지배할 수도 있다. ◆SK 경영권 방어 총력 SK는 경영권 방어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의결이 제한되는 SK C&C 보유분과 자사주,해외에 파킹한 지분 등을 '백기사(우호적인 제3자)'에게 넘기면 35%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SK는 시중 유통물량을 줄여 크레스트가 더 이상 매집하지 못하도록 자사주를 추가 취득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SK㈜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유정준 전무는 "현재 2조6천억원의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SK는 최근 크레스트를 운영하는 유럽계 소버린자산운용의 제임스 피터 최고운영책임자(COO·Chief Operating Officer)측에서 면담을 요청해올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피터 최고책임자는 과거 도이치은행에서 이머징마켓을 담당하는등 국내 사정에 비교적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