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가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일부지역에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8일 각각 2명과 1명이 추가로 사망,전 세계에서 확인된 사망자는 모두 1백4명으로 늘어났다. 지금까지 전 세계의 사스 감염 환자수가 20여개국 2천8백여명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사망자수는 중국이 53명,홍콩(25),캐나다(10),싱가포르(9),베트남(4),태국(2),말레이시아(1) 등으로 집계됐다. 사스는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의 영문약자 SARS를 우리말로 읽은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스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난 2월 중순부터 미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일본 영국 등 6개국이 협동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염병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다국가 협동검사실을 구성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사스는 2002년 11월 홍콩 서북쪽 1백㎞ 떨어진 광둥성의 한 도시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콩은 1997년 조류독감으로 6명의 환자가 사망하는 바람에,1백40만마리의 닭을 도축한 적이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조류독감이나 폐렴의 일종으로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환자수가 계속 늘어나자 광둥성 주민들은 항생제 사재기를 시작했고,소독효과가 있다고 헛소문이 난 식초의 가격이 급등했다. 그러다 금년 2월 11일 광둥성에서 3백명의 환자가 발생,5명이 사망하자 중국이 WHO에 보고하면서 사스는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로부터 6주 후인 3월 24일 미국 질병통제센터는 사스 환자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를 분리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독일 3월 25일,프랑스 4월 1일,일본이 4월 6일에 코로나바이러스를 분리했다. WHO는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사스바이러스(SARS virus)'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사스바이러스는 원숭이 신장세포(vero)에서 배양할 수 있으며,회복기 환자의 혈청으로 중화된다. 사스 환자의 호흡기 분비액과,배양한 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왕관모양으로 보인다. 배양한 바이러스는 회복기환자의 혈청으로 형광염색이 된다. 미국 캐나다 홍콩의 건강한 사람 혈청은 사스바이러스와 반응하지 않는다. 사스바이러스의 핵산을 증폭할 수 있는 시발체가 독일 미국 중국 등 여러 검사실에서 개발됐다. 이제는 이 시발체를 사용하여 중합효소연쇄반응으로 사스바이러스를 찾아낼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몇가지 사실에 의해,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의 주요 원인인 것은 거의 확실해졌다. 그러나 메타뉴모바이러스도 일부 사스 환자에서 분리됐기 때문에 메타뉴모바이러스를 사스의 원인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스 환자에게서 바이러스를 찾아내려면 연구자가 감염되지 않고,연구실 밖으로 바이러스가 배출되지 않게 하는 특수 안전시설이 필요하다. WHO는 사스 환자를 진단하기 위한 검사실에는 결핵균을 다루는 수준의 생물안전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대부분의 병원 진단검사의학과에서 사스바이러스를 분리하기는 매우 어렵다. 현재 사스 의심환자가 발견되면 호흡기 검체를 국립보건원 호흡기바이러스과로 보내 검사하게 돼 있다. 물론 국립보건원에서 사스바이러스를 분리할 것으로 기대한다. 만일 우리나라에 사스 환자가 발생한다면,사스바이러스는 반드시 국내 검사실에서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해 외국의 검사실에 의존한다면,대외적으로 한국의 과학수준은 낮게 인식될 것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를 미국 등 다른 나라가 원인 규명했다는 사실은 중국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스 발생 예방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환자가 발생하기 전에 사스바이러스를 분리하기 위한 안전한 미생물 실험실을 준비하고,바이러스 배양 및 분자생물학적 검사기법을 확립해 놓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사스바이러스를 분리하고 이에 관한 연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국내 바이러스전문가들의 힘을 모으고 상호 정보를 교환하며 실험시설 등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괴질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도 선진국들처럼 원인을 규명해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uichong@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