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중계권을 갖고 있는 MBC에 메이저리그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9일 MBC 등에 따르면 올해 메이저리그에는 박찬호(30.텍사스)와 '한국형 잠수함' 김병현(24.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이어 신인왕을 노리는 '빅초이' 최희섭(24.시카고 컵스)과 서재응(26.뉴욕 메츠) 선수가 가세하며 이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야구팬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 선수의 경기장면을 TV를 통해 직접 보고싶어하는 팬들의 욕구도 점증하면서 MBC측에 중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항의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럴 바에 중계권을 다른 방송사로 넘기세요. 입안에 넣긴 아깝고 남주긴 싫다??"(김동현), "중계권을 가지고 갔으면 당연히 보여줘야하는거잖아요. 요즘 박찬호선수가 계속해서 슬럼프에 빠져있어서 그런가요?"(권기영), "박찬호가 강판당했다고 방송끊는 건 흑백논리다. 게임중계를 끝까지 즐기게 해달라"(김진호) 등등. 이에 대해 MBC 편성국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우리 선수들이 늘면서 야구팬들의 중계 요구가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정규방송 프로그램도 중요하고 외주제작비율 등 각종 편성비율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선수가 나오는 모든 메이저리그 경기를 중계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편성국 관계자는 "매주 스포츠부와 어떤 경기를, 얼마큼 중계할 지 여부를 놓고 밀고당기기를 해야 한다"며 "경기가 주로 새벽과 오전시간에 열리다보니 중계시간 찾는게 마치 '지뢰밭' 피하기 같다"고 토로했다. MBC는 메이저리그 편성과 관련해 어느 경기를 중계한다는 등의 원칙은 세우지 않고 있으며 경기시간과 편성가능시간 등을 따져 신축적으로 중계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할애 가능한 중계시간에 많은 선수의 경기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두 선수의 경기를 모두 준비하는 '이원중계'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MBC는 덧붙였다. 한편 MBC는 메이저리그 중계를 제대로 안한다는 비판 뿐만 아니라 중계권 확보에 따른 손익측면에서도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부 관계자는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여러 명의 우리 선수가 활약한다고 해서 광고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스포츠광고는 연간단위로 계약하는데 올해의 경우 월드컵특수가 있었던 작년에 비해 광고판매금액이 적다"고 말했다. 방송계에는 MBC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간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얻으면서 연간 1천만달러 이상의 중계권료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 관계자는 "광고판매 상황에 비춰볼때 MBC가 스포츠광고 수입으로 중계권료를 모두 벌충하지는 못하는 수준일 것"이라며 "국내 방송사들이 메이저리그 독점 중계권을 놓고 과다경쟁을 벌였던 '실수'가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