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주의 무용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독일 안무가 피나 바우슈(63)의 「마주르카 포고」가 25-28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피나 바우슈의 명성만으로도 이미 화제가 되고 있는 공연이다. 1998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의 위촉으로 만든 작품으로 서정적인 파두와 재즈, 그리고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브라질의 탱고와 삼바, 브라질 왈츠 등 포르투갈과 남미의 문화적 색채가 흠뻑 담겨 있다. 2000년 LG아트센터 개관기념으로 공연됐던 그의 「카네이션」이 8천 송이 카네이션이 가득찬 무대로 강한 인상을 남겼듯 「마주르카 포고」도 이채로운 풍광을 선사한다. 거대한 바위 절벽이 무대에 펼쳐지고 무용수들은 게처럼 이 절벽을 오르내린다.또 벽에 투사되는 영상은 무대를 열대의 브라질로 옮겨놓는다. 그러나 작품 구성은 전체를 관통하는 단일 플롯 없이 여전히 파편적인 에피소드들의 나열이다. 아름다운 남국의 풍광 속에 사랑, 낭만, 기쁨, 희망, 그리고 삶에 대한 욕구 등 피나 예술의 항구적 테마인 '인간 실존'의 문제가 다뤄진다. 이 작품은 곧 개봉할 영화 「그녀에게」(원제 Talk to Her)에서도 조금 맛볼 수 있다. 영화 엔딩신에 삽입됐는데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이 작품을 보고 거기서 느껴지는 생명력과 낙관주의에 감동 받았다. 이 작품의 목가적 분위기와 고통에 찬 아름다움은 나를 울게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알모도바르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피나의 열렬한 팬이기도 해서 이 영화 도입부에는 피나의 안무작 「카페 뮐러」도 등장한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 작품은) 축복이다. 피나 바우슈는 '행복하라, 욕망은 충족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마주르카 포고」는 고뇌에 지친 관객과 무용수들을 위한 바우슈의 선물이다. 암울함을 찾아보기 힘든 장밋빛 작품"이라고 평했다. 제목 '마주르카 포고'는 '불타는 마주르카'라는 뜻. 공연단은 바우슈가 73년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이래 세계적 무용단으로 도약한 '피나 바우슈 부퍼탈 탄츠테아터(Wuppertal Tanztheater)'. 유일한 한국인 단원인 김나영(39)도 출연한다. 아울러 이 작품은 바우슈의 '세계 도시 시리즈'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는 89년 이탈리아 팔레르모를 소재로 한 「팔레르모 팔레르모」 이래 특정 도시에 장기 체류하며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 작품도 그 일환. 이 연작으로는 「비극」(빈.91년), 「Only You」(로스앤젤레스.96년), 「유리청소부」(홍콩.97년), 「비젠란트」(부다페스트.2000년), 「아쿠아」(브라질리아.2001년) 등이 있으며 2005년에는 서울을 소재로 한 신작을 LG아트센터 개관 5주년 기념작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바우슈는 연극과 무용 사이의 경계를 허문 '탄츠테아터'로 무명의 작은 공업도시 부퍼탈의 시립무용단을 세계 정상의 단체로 끌어올렸다. 프랑크푸르트발레단의 예술감독 윌리엄 포사이드는 "피나 바우슈는 무용을 근본적으로 재창조해냈다. 그녀는 지난 50년 동안 가장 위대한 혁신가 중 하나로, 그녀 자신이 무용의 한 카테고리이며, 그녀 이전에 댄스시어터는 없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공연시간 평일 오후 8시, 토.일요일 오후 4시. 3만-9만원. ☎ 2005-0114, www.lgart.com.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