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던 지난 4일 인천 가좌동 영창악기 제1공장. 평소 수백명의 직원들로 북적대던 피아노 조립라인은 이날 한 명의 작업인원도 없이 썰렁하기만 했다.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지던 정음실(음을 조율하는 작업실)도 적막에 휩싸였다. 재고 소진을 위해 4월 한달동안 금요일 휴무체제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영창악기 관계자는 "작년 연말부터 국내 판매가 평소보다 20%이상 줄었다"며 "주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 수요까지 줄어드는 바람에 재고가 갑자기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불어나는 재고를 감당하지 못해 잇따라 감산과 조업중단에 나서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판매가격이 원가를 밑돌면서 이미 전면 감산체제에 돌입했다.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업종도 재고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조업 단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들은 이미 전국적으로 1천3백여 업체가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동양제철화학은 최근 울산공장의 가소제(DOP) 설비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지난 1월 고합으로부터 인수해 한 달여동안 힘차게 돌아가던 설비다. 동양제철화학 관계자는 "폴리염화비닐(PVC) 시장 침체로 가소제 수출가격이 원가 이하로 내려가 재고를 떠안느니 차라리 가동을 멈추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동양제철화학은 현재 포항공장 가소제 설비만 가동중이다. 정태웅.인천=고경봉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