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항공사들이 중국과 동남아 일부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는가 하면 국제 전시회 및 세미나,주요 호텔 예약이 잇따라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위기감 고조되는 항공업계=대한항공은 인천~우한 노선을 비롯해 중국과 홍콩 10개 노선을 4월 한달 동안 일정기간씩 운항을 중단하고 인천~베이징과 인천~타이베이 노선은 각각 4회와 8회씩 감편하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사스와 관련해 이달말까지 운항이 중단되는 노선은 인천~우한 인천~쿤밍 인천~지난 인천~산야 인천~샤먼 부산~홍콩 청주~상하이 광주~상하이 부산~시안 제주~베이징 등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인천~구이린 인천~시안 인천~충칭 대구~상하이 등 4개 노선 운항을 당분간 중단키로 했다. 인천~베이징과 인천~상하이 노선도 운항중단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대한항공은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이라크 전쟁 여파에 사스까지 가세하면서 올 들어 총 2백30회가 넘는 국제노선 운항을 포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비해 중국 노선 비중이 훨씬 높아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달부터 중국과 동남아 노선의 탑승률이 10%포인트 정도 떨어졌다"며 "미국-이라크전쟁으로 중동은 물론 미주·유럽 노선까지 감편한 상태여서 사스가 더욱 확산될 경우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차질 예상되는 국제행사=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와 공동으로 14∼15일 서울 호텔신라에서 한·미 21세기 위원회를 열 예정인 세계경제연구원은 행사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불안해 하고 있다. 내달 17∼23일 서울에서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제28차 연차 총회를 개최키로 한 금융감독위원회 역시 사스 확산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30일 서울서 열릴 예정이던 '항생제 및 항생제 내성에 대한 컨퍼런스'는 세계 각국에서 1천2백여명의 연구진이 참석할 예정이지만 행사 개최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내달 9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인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총회도 주요 인사들이 불참을 통보해오고 있다. 이미 중국 홍콩 등지에서 열리는 행사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기무역관은 수원시 중국시장개척단을 이끌고 14일부터 베이징 우한 칭다오 등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4·4분기로 연기했고 22일부터 싱가포르 태국 등에 시장개척단을 파견할 예정이었던 강원무역관도 일정을 6월로 미뤘다. 전북무역관은 7일로 잡아뒀던 동남아 일대의 시장개척단 파견을 취소했으며 대구·경북무역관은 22일로 예정돼 있던 스위스 폴란드 헝가리 방문을 무기 연기했다. ◆서울 특급호텔 울상,제주도는 희색=서울시내 주요 호텔의 예약 취소가 잇따르는 반면 제주도 일대 호텔은 해외여행을 취소한 신혼부부와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리츠칼튼호텔의 경우 10여명의 홍콩 관광객들이 4월말 예약을 6월 이후로 미뤘다. 리츠칼튼은 사스에 대비,전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 위생교육을 실시하고 간호사를 24시간 대기 근무토록 조치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안전한 제주도 일대의 호텔에는 신혼부부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길일로 알려진 10일을 낀 주말에는 신혼부부들의 예약이 폭주,제주도 일대 특급호텔에는 남는 방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호텔 제주신라의 경우 최근 들어 하루 예약문의가 평소보다 50여건이 많은 3백여건으로 늘었으며 하루 예약접수건수도 예년보다 10% 이상 증가한 2백여건에 달하고 있다. 제주 롯데호텔도 작년보다 10% 정도 많은 하루 약 4백건의 예약문의가 들어오며 예약건수가 하루 2백50∼3백여건에 달하고 있다. 장유택·조일훈·김수언 기자 changyt@hankyung.com ................................................................... [ 괴질, '사스'로 표기 ] ◆국립보건원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명칭을 '괴질'대신 '사스'로 표기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괴질이라는 표현이 국민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증폭시킨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