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생각보다 길어질 것이 확실해진데다 경제활동마저 위축조짐을 보이고 있어 또다시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미국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1.4분기를 마무리하는 31일 미국 뉴욕증시는 4일 연속 하락세(거래일 기준)를기록하면서 다우존스 종합지수는 8,000선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850선이 각각 무너졌다. 기술적인 의미를 떠나 다우존스 지수 8,000과 S&P 지수 850은 중요한 심리적 지지선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날 오전 8,000선이 깨진 이후 다우존스 지수가 7,929포인트까지 수직하락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날 주가의 약세는 주말동안 전장에서 전쟁 장기화 우려를 불식할만한 긍정적인 소식이 없었던데다 시카고구매관리지수가 50선을 지킬 것이라던 시장의 예상을깨고 48.4로 하락했다는 발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시카고 등 미국 중서부 지역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이 지수는 50이하면 경기의 위축을 나타낸다. 시카고구매관리지수가 예상보다 큰 폭의 하락을 나타냄에 따라 다음날 발표되는전국구매관리지수도 부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 투자자들과 분석가들은 이러한제조업 경기의 약세가 고유가, 달러약세 등 전쟁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실물 부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징후라고 해석하면서 한동안 입에 올리지 않던 더블 딥을다시 거론하기 시작했다. 경제 전문 사이트 CNN머니는 경제의 재추락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CNN머니에 인용된 데이비드 로젠버그 메릴린치 북미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보고서는 "2월과 3월 경제는 위축됐다"면서 "우리는 이미 경기침체 속에 있을 지모른다"고 지적했다. 로젠버그만큼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경제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데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경기침체를 논의하기에는 이르며 앞으로의 상황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는 견해도 많다. 에던 해리스 레먼 브라더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지표로만 보면 경기침체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아직도 이라크 전쟁이 조기에 끝나고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