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오후 8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메리칸 아이돌'이란 폭스TV의 쇼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시간. 지난 25일 시청률은 19.8%였다. 이라크전쟁 직전인 한주 전(18일)의 21.1%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24일 저녁 NBC에서 중계한 미스 USA선발대회의 시청률은 11.4%로 지난해 대회 때의 시청률(7.6%)을 휠씬 웃돌았다. 벌써 전쟁이 피곤해진 탓일까.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많은 미국인들은 전쟁보도 대신 드라마나 쇼 등 일반 오락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쟁 초기 며칠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TV뉴스 시청률은 평소보다 세자릿수 이상 증가한 반면 다른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은 뚝 떨어졌었다. '3월의 광란'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인 대학농구 최종시리즈의 시청률이 작년보다 25~30% 낮아졌고,'프렌드'등 인기 시트콤도 최악의 시청률을 나타냈다. 평소 같으면 거의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보았을 아카데미상 시상식도 전쟁 초(22일)에 열린 탓에 지난해보다 시청률이 무려 21% 급락했다. 그러나 얼마전 미군측 전사자와 포로발생을 기점으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과 함께 '전쟁 피로증'이 확산되면서 공중파 방송들의 편성도 뉴스를 줄이고 일반 프로그램을 늘리는 등 전쟁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 가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마인드셰어 미디어-바잉사의 데이비드 마란드는 "전쟁 직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제 TV 시청자들은 아주 정상적인 패턴으로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CNN 등 케이블TV들도 새벽시간대와 오후 등 전황보도와 관련된 극적인 이벤트가 있는 시간대를 제외하면 시청률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신문들의 판매증가율도 평소보다 5% 정도 웃도는 선에서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케이블이나 웹사이트의 뉴스보도 시청률은 계속 높은 선을 유지하겠지만 공중파방송 등 일반 매체들은 '아주 정상적인' 프로그램 편성으로 발빠르게 돌아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