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를 눈앞에 펼쳐 놓은 프랑스 남부 연안 리비에라. 꼬뜨다쥐르 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이 곳은 해안선을 따라 작고 아름다운 도시들이 조용히 이어져 있는 지역이다. 멀게는 중세의 건물과 골목이 여전히 삶의 한 부분이 되어 있는 마을들. 여기에는 어김없이 오래되어 더욱 아름다운 공간에서의 휴식이 기다리고 있다. Oldness but Goodness. 시간을 묶어 떠나는 고풍스러움으로의 여행. 세계적인 향수 메이커들의 요람인 향수마을 그라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한 "라 바스티드 생 앙토완"호텔. 프랑스의 최고급 호텔 연합체인 Relais&Chateaux 회원사이기도 하다. 18세기에 지어졌던 저택을 개조해 지금의 호텔이 된 것은 지는 1996년. 붉은 기와지붕을 얹고 노란빛의 투박해 보이는 외관이 전형적인 프로방스 풍을 전하고 있다. 객실 역시 별다른 장식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예전의 구조를 고수하고 있어 조금은 좁아보이기까지 하다. 객실수도 "겨우" 11개에 불과해 호텔이라고 말하기조차 난감할 지경. 하지만 그라스는 물론 인근에서도 이 호텔은"베스트"로 통한다. 그룹 롤링스톤즈,케네디 가문이 이 호텔을 즐겨 찾을 정도. 라 바스티드 생 앙토완 호텔의 매력은 단연 특유의 프로방스풍을 남김없이 살렸다는 데 있다.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어 창문을 열면 언제나 붉은 기와의 마을과 올리브나무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이 유일한 소음.모든 가구들은 18세기 당시의 것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객실 그 자체가 앤티크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무엇보다 이 호텔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데는 뛰어난 맛을 전하는 레스토랑 때문. 프랑스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얻고 있는 요리사의 손맛을 보기 위해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늘 예약 손님들로 붐비는 것. 올리브와 풍부한 향을 내는 허브 등 프로방스 특유의 재료들을 이용한 요리를 따듯한 햇살 아래에서 즐기는 여유가 이 곳에 있다. 우뚝 솟은 성곽을 중심으로 여전히 옛스러운 분위기를 전하는 생 폴 드 방스에도 유서 깊은 사연을 간직한 호텔을 만날 수 있다. 역시 Relais&Chateaux 회원사이기도 한 "르 생폴"호텔이 그곳. 좁은 골목길 틈에 작은 문을 하나 내 놓은 탓에 자칫 지나칠 수 있을 만큼 아담하다. 17세기 당시의 건물을 여전히 이용하고 있는 이 호텔은 450여 Relais&Chateaux 회원사 호텔 가운데 가장 오래 된 곳 중 하나. 투박한 외관의 2층 건물이지만 역시 남부 프랑스 농가의 분위기에 포근함을 더한 인테리어로 눈길을 끈다. 워낙 작은 탓에 세 개의 건물을 하나의 호텔로 함께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아무리 화려하게 지어진 호텔이라 할지라도 옛스러운 멋이 없으면 결코 회원이 될 수 없는 것이 Relais&Chateaux 의 까다로운 경영철학.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지언정 고풍스러운 정취는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음을 의미하는 셈이다. 성곽 아래 마을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테라스 레스토랑에서의 와인 한 잔. 페탕크라 불리는 전통 쇠공놀이를 여전히 즐기는 사람들로 더욱 정감있는 휴식이 이어진다. 세계 3대 카니발 가운데 하나가 열리는 니스는 사계절 가릴 것 없이 늘 여유로운 여행을 떠나온 이들을 만날 수 있는 도시. 해변과 나란한 해안도로 프롬나드 데 장글레에서 조금 벗어난 한적한 주택가. 이 곳에는 19세기 러시아 왕자의 로맨스가 서려 있는 저택 호텔 샤또 데졸리에르가 한적한 정원의 풍경과 어우러지며 사람들을 맞이한다. 1856년 러시아 외무장관이었던 로바노프 로스토프스키 왕자가 주 콘스탄티노플 프랑스 대사 부인과 사랑에 빠진다. 뒤이은 이혼과 결혼. 두 사람은 이 저택에 보금자리를 틀게 되었고 훗날 몇 차례 소유주가 바뀌다 1938년 폰타나 부부에 의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19세기 러시아 건축양식과 바로크 풍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호텔. 실크와 가죽을 이용한 벽지는 오래되어 더욱 짙은 품위를 전하고 크리스탈과 마이센 도기를 이용한 샹들리에는 19세기 유럽 도자기 기술을 남김없이 전한다. 호텔 내 살롱 어디에서도 크고 작은 초상화와 회화,조각 등이 있어 갤러리에 들어선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 섬세한 원목 장식이 계단과 문설주를 장식한다. 나폴레옹 시대의 앤티크와 장식,황제의 문장으로 꾸민 방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실내 계단을 따라 올라간 곳에 마련된 침실은 모두 스위트룸 급. 대리석 타일을 이용한 욕조와 실크 커튼의 화려함으로 꾸며진 욕실은 러시아 왕자와 그의 연인이 누렸던 호사를 짐작케 한다. 이 호텔을 이용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신혼여행객이라는 것이 호텔 매니저의 설명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최첨단의 시설을 갖춘 널찍한 객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는 온갖 화려하고 새로운 무언가로 치장된 호텔과 리조트들만을 "최고"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남부의 호텔 여행은 진정한 최고의 기준이 우리의 조급함과는 사뭇 거리가 있음을 일깨워 준다. 감히 기와집이나 옛 초가를 개조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호텔로 변화시키지 못한 어리석음도 함께. 글=남기환 호텔 정보= 라 바스티드 생 앙토완 호텔 : 48,Avenue Henri Dunant - 6130 Grasse (04-93-70-94-94),생폴 호텔 : 86,Rue Grande 06570 Saint-Paul-de-Vence(04-93-32-65-25),샤또 데졸리에르 : 39,Avenue des Baumettes-06000 Nice(04-92-15-77-99) 문의= 프랑스정부관광성 서울사무소(02-776-9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