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피었다가 와르르 져버리는 벚꽃.


열흘을 견디지 못한 채 작은 바람에도 떨어져 내리는 모습에서 산화(散花)라는 말이 나왔다는 벚꽃을 우리 옛사람들도 시간을 내 구경하기 좋아했을까.


'궁궐의 우리나무'를 지은 박상진 교수(경북대)는 '아니다'고 말한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 역사기록은 말할 것도 없고, 동국이상국집 파한집 등 널리 알려진 시가집에도 벚나무만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활의 재료로 벚나무를 사용했다는 기록은 있어도, 벚꽃이 꽃구경 대열에 낀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벚꽃구경이 봄 꽃나들이의 대명사격이 됐다.


진득하게 붙어 있지 못하는 벚꽃을 놓칠세라 4월 초순이면 벚꽃 명소마다 발디딜 틈 없이 붐빈다.


일본인들이 벚나무를 많이 심었으며, 그 벚꽃이 일본의 국화란 점이 못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꽃 그 자체로 보면 그만한 구경도 없는게 사실이다.



<> 진해 군항제


29일부터 4월7일까지 군항제가 열린다.


올해로 41회째다.


1952년 국내 처음으로 충무공의 동상을 북원로터리에 세우고 추모제를 올렸는데 63년부터 군항제로 발전, 벚꽃과 함께 즐길수 있는 대표적인 봄축제로 자리잡았다.


남해고속도로 서마산이나 동마산 나들목에서 나온다.


마산~창원의 양곡로를 따라 장복산을 넘어서면 진해다.


장복산을 넘는 장복터널과 마진터널중 마진터널쪽 길을 택한다.


마진터널을 넘어 1.5km까지 좁은 길에 벚꽃터널이 이어져 별세계를 이룬다.


길 중간에 장복산공원이 있다.


벚꽃으로 뒤덮인 진해시가지와 푸른 진해만의 조화가 일품이다.


반대편 안민고갯길은 장복산공원에 비해 호젓한 편이다.


진해 태백동에서 창원 안민동까지 9km에 걸쳐 있는데 진해쪽 6km 구간이 벚꽃터널이다.


이 고갯길의 정취를 제대로 맛보려면 걸어야 한다.


도로변에는 데크로드가 있다.


목재로 바닥과 난간을 만들어 산책의 운치를 더해준다.


군항제기간에만 개방되는 해군사관학교와 해군기지사령부의 벚꽃길도 지나칠수 없다.


군항제 최대의 명소로 꼽힌다.


실물크기로 만든 거북선, 해군과 충무공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진해의 입구인 파크랜드에서 진해여고까지 여좌천을 따라 1.5km 구간에도 벚꽃터널이 펼처져 있다.


진해중 진해여중 진해여고 도천초교에 임시주차장(토.일.공휴일)을 마련했다.


군부대 관광노선버스도 운행한다.


진해시청 문화공보실 (055)545-0101



<> 하동 화개십리 벚꽃길


4월 둘째주까지 가면 벚꽃을 놓치지 않는다.


4월4~6일 이틀간 섬진강 둔치 일원에서 제11회 화개장터 벚꽃축제가 열린다.


왕복 2차선 1023번 지방도중 화개삼거리에서 쌍계사 입구까지 5.3km 구간의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흔히 '화개십리 벚꽃길'로 불리는 곳이다.


반백년을 넘게 이 길을 지켜온 벚나무가 흰 터널을 이룬다.


마치 높은 하늘의 구름이 머리 위로 내려 앉은 것 같다.


이 길은 젊은 남녀가 걸으며 백년해로를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혼례길'로도 불린다.


희디 흰 벚꽃잎이 하늘하는 떨어져 흩날리는게 마치 웨딩마치에 맞춰 화동들이 뿌려주는 꽃과 같으니 서로 은근한 눈길을 맞추지 않을수 없겠다.


이 길에 직접 들어서 걷는 것도 좋지만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멀리서 바라보는 맛도 일품이다.


강을 사이에 두고 1023번 지방도와 마주 달리는 길이 그 포인트.


꽃길 안과 밖에서의 느낌이 어떻게 그렇게 다를수 있는지 실감할수 있다.


화개십리 벚꽃길을 걷고 난 뒤 쌍계사를 둘러본다.


최치원이 글을 지어 만든 진감선사대공탑비(국보 47호) 부도(보물 380호) 대웅전(보물 500호) 팔상전영산회상도(보물 925호) 등 많은 문화재를 볼 수 있다.


하동군청 문화관광과 (055)880-2371



<> 사천 선진리성


선진리성은 사천에서 3번 국도를 따라 서남쪽으로 7km 지점, 사천만의 중간부분에 있다.


임진왜란 때 충무공이 처음으로 거북선을 이용, 왜선 12척을 수장시켰고 정유재란 때는 조.명 연합군과 왜군이 격전을 벌인 역사의 현장이다.


굵은 벚나무 1천여그루가 성 안의 야트막한 동산을 뒤덮어 4월 초면 벚꽃으로 온통 하얗게 변한다.


그 어느 벚꽃 군락지에도 뒤지지 않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아주머니들이 바지락 등을 캐는 가까운 갯벌과 벚꽃이 어울려 따뜻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매년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맞춰 축제를 했는데 올해부터는 판을 벌이지 않기로 했다.


와룡산 백천사를 둘러본다.


거대한 와불과 몸속 법당을 자랑하는 사찰이다.


법당 안을 보면 소나무로 만든 황금빛 커다란 부처가 누워 있고, 그 몸 속에 법당이 있어 참배객들이 들어갈 수 있다.


삼천포항으로 가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둘러보는 유람선을 타보는 것도 좋다.


행정구역상 통영에 속해 있지만 사천 유람선으로 많이榕載〈?사량도로 건너가 망지리산 산행을 하면 금상첨화.


사천시청 문화공보과 (055)830-4221



<> 합천 백리 벚꽃길


합천은 물이 많은 고장이다.


합천댐으로 만들어진 합천호는 악견산 금성산 허굴산 등으로 둘러싸여 가뭄이 들지 않으면 마치 '산중바다'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합천댐을 지나 보조댐 용문정 회양 새터관광지 봉산대교까지 이르는 합천호 백리벚꽃길은 합천8경중 하나.


하얀 벚꽃이 포근히 감싸 봄철 드라이브의 묘미를 돋워준다.


깨끗한 모래로 유명한 황강을 끼고 달리는 길은 물론 댐까지 구비구비 산허리로 오르는 길을 드라이브하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4월6일 합천벚꽃마라톤대회를 연다.


마라톤코스 반환점 인근 수자원공사 입구 부지에 '쉬리'의 강제규 감독이 신작 '태극기를 휘날리며' 세트장을 건설할 예정이어서 새로운 관광자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합천군청 문화관광과 (055)930-3544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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