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이라크군의 거센 저항으로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따른 북한 핵문제의 전개 추이가 주목된다. 그간 미국 행정부가 `이라크전을 마무리짓고 북핵문제에 나선다'는 내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볼 때 이라크전이 단기전으로 끝날 지 또는 중.장기전에 돌입할 지에 따라 북핵문제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경제분야의 경우 세계경제 회복이 곧 한국경제 호전이라는 가정아래`이라크전 단기종료는 호재' `중.장기전은 악재'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단기종료는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초래, 이로 인한 한반도 긴장고조로 오히려 한국의 경제위기가 우려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우선 이라크전이 1개월 이하의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부시 정부는 파죽지세와 같은 기세를 타고 `이라크 해법'을 북한에도 적용하려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럴 경우 부시 정부는 `핵무기 개발 의지를 꺾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북한에 대해 강한 압박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고, 특히 핵 재처리 시설이 있는 북한 영변지역에 대한 군사공격을 포함한 강경책을 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군사공격 방안은 동맹국인 우리나라와 중국.러시아의 큰 반발을 초래할수 있는데다 자칫 한반도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부시 정부로서는 부담이 크다. 따라서 부시 정부는 이라크전이 단기종료되면 올 연말까지 전후 이라크 복구와 국제 비난여론 무마에 주력하면서 북핵문제는 지금과 같이 핵 재처리시설 가동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추가조치를 막는 선에서 현상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미 행정부가 미사일방어(MD)체계 구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이때 북한의 핵개발위협론은 적절한 구실이 될 것"이라면서 "부시 대통령은 또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전략으로 내년초부터 대북 압박강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라크군의 거센 저항과 기후적인 여건으로 인해, 이라크전이 3개월이상의 중.장기전으로 지속될 경우 미군의 인명피해도 클 것으로 보이며, 전 세계적으로반전여론이 확산되면서 부시 정부의 입지가 상당히 약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경우 부시 정부는 이라크전에서 승리하더라도 미국 내외의 비판여론 등으로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북핵문제에 강경책보다 `외교적 해법'을 택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변수는 북한이다. 북한은 "이라크전은 조선전쟁의 예비전쟁"이라며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서는가 하면 대북 경계조치를 이유로 이달말로 예정된 남북 당국간 회담을 연기시키는등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끌어내기위해 지난 1월10일 NPT(핵무기확산금지조약) 탈퇴선언 이후 IAEA(국제원자력기구) 탈퇴, 8천개 폐연료봉 이송, 영변 5MW 원자로 재가동, 2차례에 걸친 실크 웜 미사일 시험 발사 등 단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켜온 북한은 이라크전 추이에 따라 핵 재처리시설 가동 또는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추가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이라크전 개전 초기인 지난 18일 파월 국무장관에 이어 19일 하워드 베이커 주일 대사의 발언을 통해 "북한의 이런 행동은 (핵문제 해결과관련) 정치대화와 외교해법 찾기를 훨씬 어렵게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의 시급성을 감안, 윤영관 외교부 장관은 북핵문제 조율을 위해 26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중이다. 윤 장관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이 제시한 남.북 및 미.일.중.러가 참여하는 `2+4 다자협의체' 구성을 수용하는 대신 이런 틀 안에서 북미간 실질적 대화 착수를 위한 우리 정부 복안도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 한미 조율결과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