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2:26
수정2006.04.03 12:27
미국의 진보적 싱크탱크의 대표주자인 브루킹스연구소는 25일 '바그다드 진격:미군을 기다리는 저항은'이란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가졌다.
케네스 폴락 전 국가안보회의(NSC) 걸프지역 보좌관, 마이클 오핸론 프린스턴대 교수(전 의회예산국정책분석관), 필립 고든 존스홉킨스대 교수 등 연구소 연구위원들과 유럽 및 중동문제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바그다드 시내를 지키는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의 전투력이 약해 시 외곽이 무너질 경우 항복하거나 도주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그러나 시가전은 참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 문제, 다급한 경제회복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아 이라크전쟁을 통해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꿈을 꿀 만큼의 여유는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전황 평가
지난 48시간 동안 미군이 이라크군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쳐 실질적으로 후퇴했다는 언론의 평가가 많았다.
언론들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군사작전이 너무 오만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보지 않는다.
휘파람 불며 바그다드로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라크의 저항은 더 거세질 것이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작전은 계획한 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비판받을게 있다면 터키의 반대로 제4 기계화보병사단을 보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가고 있다 (오핸론 교수) .
지난 이틀간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고무됐을 것으로 본다.
바그다드 외곽에는 정규군이 배치돼 있지 않다.
그들은 쉽게 무너질 조직이다.
후세인은 바그다드 시내에서 전투가 일어나 그곳에서 승리하길 기대해 왔다.
더 좋은게 있다면 정치적 승리다.
미국이 국제적 압력을 받거나 바그다드 시내에서 막대한 희생자가 생길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바그다드로 들어오지 못하는 것을 원했다.
미국언론이 국지전에서 미군 희생자가 10~12명 나온 것을 두고 '대참사'라고 보도한 것은 후세인이 바라는 일이다 (폴락 전 NSC 보좌관).
◆ 전황 전망
미군이 바그다드 외곽에서 승리할 경우 시내를 지킬 수 있는 병력은 1~2개 사단 정도뿐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항전할 병사는 고작해야 1만명에서 3만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 정도의 숫자라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핸론).
바드다드 시내에서 시가전을 벌일 군대는 오핸론 교수가 얘기한 숫자보다는 많은 4만명에서 6만명 정도가 될 것이다.
그들은 특수 공화국 수비대들이다.
하지만 그렇게 잘 훈련된 병사는 아니다.
게다가 바그다드 외곽에 배치된 공화국 수비대가 무너지면 그들은 전투력을 급속히 상실할 것이다.
하지만 시가전은 그 자체로 참혹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폴락).
◆ 중동재편의 야망
미국은 이번 전쟁을 통해 중동질서를 바꾸려 한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중동질서, 나아가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사치스런' 꿈을 꿀 만큼 여유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북한을 생각해 봐라.
이라크보다 더 큰 위기다.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북한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문제에만 전념해야 한다.
일부에선 영변 핵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선제공격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 이라크처럼 체제 변화를 시도할 수 없고 영변 공격도 한국의 동의없이는 절대로 할 수 없다.
북한문제 말고도 미국경제 회복이라는 어려운 과제가 놓여 있다.
그밖의 문제도 많다.
세계질서를 재편할 만큼 여유가 없다.
부시 대통령 스스로도 국제질서를 새로 만들어가는 인물이 아니다. (오핸론).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