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의 연합군과 이라크가 '심리전선'에서도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군이 '전공'(戰功)을 조금이라도 과장하면 이라크는 즉시 자신들의 '대변인'격인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반박자료를 내놓는다. 국제금융시장도 심리전 양상에 따라 크게 출렁대고 있다. 미국은 18일(이하 한국시간) 이라크에 최후통첩을 보냄과 동시에 협박과 회유가 섞인 e메일 및 대규모 전단 살포로 이라크 군인들의 충성심을 흔들었다. 20일 군사공격 직후에는 "후세인의 생사가 묘연하다"는 발표로 이라크 군인들의 사기를 꺾었다. 하지만 알자지라방송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지휘관회의를 주재하는 장면을 내보내 세계증시를 일시 혼란에 빠뜨렸다. '장군 멍군'은 계속됐다. 연합군측이 21일 "이라크 사단병력 8천명이 투항했다"고 발표하자 몇시간 만에 알자지라는 알 하세미 사단장이 이를 강력 부인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와 함께 알자지라는 연합군측 조종사 한명이 생포되는 모습을 방영했고,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연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의 CNN방송 등이 '바스라 함락' 보도(22일)를 내보내자 알자지라는 '완강한 저항'을 담은 화면(23일)으로 맞받아쳤다. 이라크측의 이같은 심리전이 효과를 보면서 국내외 비판이 더욱 높아지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3일 '대이라크 대규모 식량지원'이란 카드를 예상보다 일찍 내밀어야 했다. 양측의 신경전이 점입가경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분열된 국제여론을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고, 상대방의 기세를 꺾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치열한 신경전으로 전쟁 보도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