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 결국 전쟁은 일어나고 말았다. 전쟁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이 있지만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미국과 이라크간의 군사력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상대를 힘으로 제압하는 승리와 진정한 승리는 다르다. 우선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사상자 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미국은 이번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나 전쟁이 개시된 이후에도 세계 각국의 엄청난 반대에 직면해 있다. 또 유엔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 수를 최소화하는 것은 지금 미국에 단순히 도덕적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적 차원의 문제다. 두번째로 전쟁이 이라크 이외의 나라로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라크가 만약 지난 91년 걸프전 때처럼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할 경우, 미국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최대한 억제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또한 터키와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간의 충돌도 막아야 한다. 세번째로 이번 전쟁으로 인해 아랍지역의 반미 감정이 더욱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스라엘은 지난 1948년과 67년 중동 전쟁에서 아랍권에 승리했지만, 이후 아랍권의 자살폭탄테러에 시달려야 했다. '이라크 민중의 해방'을 명분으로 내건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 설사 이라크 민중의 환영을 받는다 하더라도 여타 아랍국가들의 정서는 이와 다를 수 있다. 이들 나라에서 반미 감정이 고조될 경우 미국은 '후세인과의 전쟁'에서는 승리하고도 '테러와의 전쟁'에서는 패배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후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리주의 움직임을 견제해야 한다. 전후 민족들간의 갈등이 불거질 경우 이라크는 분열의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전후 이라크에 세워질 민주주의는 이들의 다양한 민족을 통합시켜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