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에 포성이 울리자 주가는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전쟁 발발을 불확실성의 해소라는 호재로 인식했기 때문.물론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북한 핵문제,가계부실 및 소비위축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 등 이라크 전쟁 말고도 증시를 둘러싼 먹구름은 여전하다. 하지만 늘어나는 고객예탁금과 주식형펀드 수탁고,순매수로 전환한 외국인 등 주가를 밀어올릴 유동성 장세의 조짐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전쟁 이후를 겨냥한다고 해도 한국시장만의 불확실성이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반등의 목표치를 낮춰 잡고 단기적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게 일단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엔 어땠나=지난 1991년 걸프전(Gulf-War)과 2001년 아프가니스탄전쟁 때 모두 한국시장에서는 전기전자와 운수창고 업종이 시장수익률을 웃돌았다. 걸프전 기간(91년 1월17일~2월28일) 종합주가지수는 10.1% 올랐는데 전기전자 업종은 17.9%,운수창고 업종은 18.6% 상승했다. 아프가니스탄전쟁(2001년 10월7일~12월11일) 때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33.5%)에 비해 전기전자(70.4%)와 운수창고(53.0%) 업종이 높은 초과수익률을 나타냈다. 이런 현상은 미국증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기전자는 전쟁리스크가 해소됨에 따라 소비 및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베타계수"가 높은 특성을 바탕으로 전쟁랠리의 주도주로 부상했다. 또 운수창고 업종의 선전은 유가하락에 따른 직접적인 수익성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베타계수는 시장평균수익률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이면 시장평균수익률과 같다는 뜻이다. 낙폭과대가 최대 호재=이라크 전쟁 전 한국증시에서는 누적된 가계부실에 대한 우려와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문 이후 은행과 증권사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은행 증권 카드 등 금융주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그러다 막상 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시작된 지난 20일엔 증권업(13%)과 은행업(9%)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투자자들이 우선 "낙폭과대"를 투자매력 1순위로 생각하고 행동했다는 얘기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KOSPI200에 속하는 종목 중 직전 지수고점이었던 2월24일 이후 아직도 하락률이 20%가 넘는 종목으로는 삼보컴퓨터 동양제과 한솔제지 LG산전 등이 있다. 한진해운 현대모비스 신세계 현대엘리베이터 태평양 등도 15% 이상 주가가 떨어져 있다. 물론 하나은행 신한지주 LG투자증권 외환카드 등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문과 카드채 파동의 충격을 직접 받은 금융주들도 여전히 가격메리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경기변수 추이에 초점=투자자들은 이제 전쟁발발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식의 막연한 기대를 갖기보다 전쟁의 추이와 그에 따른 주요 경제지표의 변화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구체적으로 전쟁발발 후 유가가 정말 떨어지는지,환율은 어떻계 움직이는지,전쟁 이후를 대비해 세계 각국이 재정의 조기집행이나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는지를 관심깊게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증권사들이 흔히 전쟁발발에 따른 수혜주로 분류하는 항공.해운.유화주 IT(정보기술) 중심의 수출관련주 건설 및 금융주 등은 전쟁 이후 유가는 떨어지고 미국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되며 재정의 조기집행과 금리인하 등으로 시중유동성이 풍부해 질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