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필사적으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찾고 있으나 아직 그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중앙정보국(CIA)의 믿을 만한 정보에 따라 20일 새벽(현지시간) 후세인의 은신처를 기습 폭격했다. 그러나 후세인은 1차 공습후 불과 3시간 만에 국영 TV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TV 속의 인물이 진짜 후세인인지,그의 신변상황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후세인이 사망 또는 부상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후세인이 사망했다는 미확인 보도가 전해지면서 한때 주가가 급반등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그의 행방에 따라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후세인 사망 및 부상설 고개들어='이라크 TV에 나타난 두꺼운 검은 테의 안경을 쓴 후세인이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미 CBS 등 일부 언론들의 지적에 대해 백악관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 정부 관리는 "CIA가 정밀 분석에 들어갔지만 카메라 각도와 조명 등의 변수가 많기 때문에 결론 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후세인 전문가들은 "후세인이 대중 앞에 나타날 때 건강한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안경을 쓰지 않고 연설하며,연설할 때는 원고를 거의 보지 않는데 이날은 원고를 수시로 봤다"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또 ABC방송은 21일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관리의 말을 인용,"부상을 당한 후세인 대통령이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채 어디론가 이송되는 장면이 목격됐다"며 그가 부상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후세인의 생사여부는불확실하지만 장남 우다이가 사망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보도했다. ◆10여개의 대통령궁과 수십개의 지하벙커 활용,은신 가능성=후세인이 살아 있다면 이라크 곳곳에 산재해 있는 대통령궁이나 지하벙커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후세인은 10개 이상의 대통령궁과 거미줄 같이 연결된 수십개의 비밀지하 벙커를 갖고 있다. 특히 벙커들은 2천 파운드의 TNT 폭탄 또는 1㎞ 밖에서 터지는 20t 규모의 폭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벙커에는 70여개의 침실과 식당 병원 상하수도 등 생활여건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또 공항 인근에만 위치해 있어 비상시 해외탈출이 용이하며 통신·방송시설을 통한 대국민 연설과 군 지휘도 가능하다. 후세인은 또 자신의 안전을 위해 이곳저곳 벙커들을 수시로 옮겨다니고 있으며 한곳에서 하룻밤 이상을 보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는 또 자신과 얼굴이 닮은 '가짜 후세인'을 같은 시간 여러 대통령궁에 머물게 함으로써 감시망을 분산시키고 있다. 물론 각 대통령궁은 '가짜 대통령들'을 위해 정상적으로 식사를 준비하는 등 교란작전을 펴고 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