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8일(현지시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망명과 상관없이 이라크로 진격할 것"이라고 밝혀, '후세인 축출'이란 당초의 명분을 철회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전날 최후 통첩을 통해 후세인 대통령의 망명이 이뤄질 경우 이라크 공격을 보류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으나 하루 만에 '무조건 점령' 입장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번 전쟁의 목표가 '중동지역 패권'과 '에너지 확보'란 속내를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실제로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내걸었던 '대량살상무기 해체' '테러 지원세력 제거' 등의 명분은 대외용 내지 외교용 수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전쟁 후) 이라크에 미국이 필요한 기간 동안 군대를 주둔시킬 것"이라며 '이라크 내 미군정 또는 친미 정권 수립 계획'을 내비쳐 왔다는게 그 이유다. 결국 미국은 대이라크 전쟁을 통해 향후 중동질서를 자국에 유리하게 재편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라크와 함께 미국이 불편하게 생각해온 이란을 미국 통제권 내로 끌어들이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통적인 우방과의 관계도 재정립한다는게 미국의 전략이다. 이라크에 교두보를 마련하면 중동정책에서 사우디의 비중을 약화시킬 수 있어 그동안 묵인했던 테러 지원, 비민주적 정치체제 등 미국에 부담이 됐던 요소들에 손을 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은 에너지 전략과 관련, 세계 2위의 원유 매장량을 갖고 있는 이라크에 대한 석유배분권뿐 아니라 인접한 카스피해 등 새로운 석유 보고에 대해서도 이익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스피해는 서남아프리카와 함께 최근 새롭게 대규모 석유 매장이 확인된 지역으로 세계 각국이 석유 이권 확보를 위해 눈독을 들여왔으나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사실상 독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와 러시아, 중국 등이 이라크전에 강력히 반대하는 것도 이같은 석유이권과 관련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