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국정원 불법도청 의혹사건'과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데 이어 검찰이 18일 국정원 내부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국정원 직원 등을 긴급 체포하자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 대선때 불거진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정치인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불법도청 의혹=한나라당은 불법도청 의혹사건 수사와 관련,"도청의혹을 제기한 야당 수사에 중점을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은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국정원 도청의혹과 공적자금 비리 등 'DJ(김대중 전 대통령)정권 3대 의혹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를 밝힌데 대해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노 대통령이 '도청을 하지 않았는 데도 도청을 했다고 주장했다면 처벌해야 한다'고 언급한 배경이 의문"이라며 "이는 진실규명보다 의혹을 제기한 야당쪽에 대한 수사를 주문하는 메시지로 보여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건의 본질은 정부기관이 실정법을 위반해가며 정치적 목적으로 정계,관계,재계,언론계 등을 상대로 불법도청을 했는지 여부"라며 쐐기를 밖았다. 박종희 대변인은 "야당 탄압식 편파수사를 기도한다면 국회 국정조사나 특검제를 통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은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국민불안을 해소하고 국가정보기관 신뢰회복의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라며 "도청이 있었다면 당사자가 처벌받아야 하고,한나라당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 무책임한 폭로정치로 단죄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정보원 도청의혹'과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공안2부(황교안 부장검사)는 이날 국정원 내부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국정원 직원 1명등 3명을 긴급 체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도청문건'의 작성 및 유출경위 등을 집중 조사한 뒤 유출 사실이 드러나면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 등으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맞고소·고발한 정치인들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측근인 A,Y씨에게 각각 지난 99년6월과 8월께 2억원과 5천만원이 건네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Y씨는 "A씨와 나는 어떻게든 빨리 (사건을)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부르면 언제든 나갈 생각"이라며 "대통령의 말씀은 공적자금 수사가 우리 때문에 지지부진한 것처럼 비쳐져선 안된다는 의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밝혔듯 여당 실세 연루설에 대해 수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고 앞으로 수사하기에 따라선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나라당은 아직은 연루설이 불거진 당내 인사는 없지만 수사 범위가 넓어질 경우 예기치 못한 유탄을 맞을 수도 있다고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김형배·이재창·김후진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