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반전의 합창을 외치는 가운데 사태는 아메리칸 풋볼 경기의 제4쿼터 투미닛 위닝처럼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서 세계 경제학자나 기업가들은 또 하나의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즉 이라크전쟁으로 야기되는 경제적 충격,다시 말하면 경제전쟁이다. 그러잖아도 침체국면에 들어선 미국 경제는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쳐서 시가총액은 2000년 3월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46%나 빠져 7조9천억달러가 하락했다. 이와 같은 미국 경제의 침체는 증시 활황국면에서 나타났던 기업과 가계의 과대지출과 증시가 하락하면서 발생하는 소득 격감의 불균형에서 초래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며,이는 결국 부채의 증가와 순자산 가치의 하락에 따른 소비 감소가 주원인이다. 이러한 불경기 속에서 전쟁이 경기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막연한 일반적인 심리가 작용할 수도 있다. 2차대전이나 한국전 또는 월남전 동안 특수경기나 경제적 혜택을 보았던 국가나 산업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이라크전쟁의 경제적 효과(또는 손실)는 1990년의 걸프전쟁에 비추어 예측해 볼 수 있다. 우선 이번 이라크전쟁의 비용은 90년 걸프전의 6백억달러를 넘어 8백억 내지 1천억달러에 달하리라는 추산이다. 지난 전쟁에서는 그 비용을 쿠웨이트 사우디 일본 등이 분담했고,미국과 영국은 주로 '몸으로 때운'경우였지만 이번은 전쟁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미국이 거의 전부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의 최대 비용은 인명피해다. 참전하는 양측 군인의 사상자는 물론 민간인 사망자수도 엄청날 것이다. 인명피해를 제외하고 전쟁이 날 경우 첫번째 미국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이 석유가격의 인상이다. 90년 전쟁의 경우,전쟁 개시전 석유가격은 배럴당 40달러로 치솟았으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곧 정상가격대로 회복했다. 이번의 경우,오일 스팟가격은 이미 40달러대로 올랐는데,그 당시와는 석유시장의 환경이 달라서 석유가격이 금방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는 이라크보다도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이 중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만약 전쟁중 이라크 유전이나 정유시설이 파괴된다면 오일공급에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두번째 경제적 영향은 물가상승과 소비심리 등을 들 수 있다. 미국의 현재 물가는 90년에 비해 대체로 4%정도 낮다고 볼 수 있다. 실업률도 90년의 6.4%에 비해 5.7%로 개선됐고,주택금융 이자율도 지금은 6% 이하로 당시의 9.7% 보다 훨씬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주일만의 하락폭으로는 17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떨어졌다. 다시 말해서 미국의 소비자들은 이라크전쟁의 경제적 후유증을 심상찮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고 후세인 축출에 성공한다면 미국의 경기 회복은 오히려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결론적으로 단기전으로 끝나서 후세인이 제거되고 미국의 전쟁 목표가 달성됐을 경우와,전쟁이 6개월 이상 계속되며 전쟁 지역이나 범위가 확대되는 경우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의 경우 금년 4분기부터 미국 경제는 회복될 것이며 2.7%대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석유가격은 25달러대로 안정되고,달러는 약세에서 강세로 반전될 것이다. 둘째의 경우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석유가격 폭등과 세계 증시의 폭락,세계 금융질서의 혼란 등으로 세계적 경제공황사태를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튼 이라크전쟁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간단치 않다. 석유가격의 안정화,전후 복구 사업의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으며,더구나 미국 경제는 적자재정과 무역적자의 지병이 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 전망도 앞의 전쟁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금년도 5%의 성장과 무역흑자,고용안정 등 거시경제 목표는 이라크전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미국 경제 및 세계 경제 질서의 안정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빠른 시간내에 그 전쟁이 끝나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kbkim@mondex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