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앤 투 앤 쓰리 앤 포 앤, 턴! 왼발을 축으로 걷는 듯이 턴하세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아이기스 댄스학원.


일반인들이 방송 안무를 배우는 댄스클리닉 시간이다.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 회사원, 주부들까지 몸놀림은 달라도 마음은 하나다.


TV에서 볼 땐 분명히 멋진 동작이었는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나 한시간 반동안 땀흘리며 춤을 추다보니 기분은 더 없이 상쾌해진다.


과거에 음성적으로 이뤄졌던 댄스 교습이 당당하게 양지로 나오고 있다.


운동 효과가 뛰어난 데다 정신건강에도 좋아 '건전한 춤'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교춤에서부터 펀키댄스, 힙합댄스, 재즈댄스, 라틴댄스, 방송댄스, 스윙까지 배우는 춤의 종류도 다양하다.


춤이 '노래'를 대신할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기스가 자리잡은 서울 압구정동 일대에만도 12개의 댄스학원이 성업중이다.


안무가인 홍영주씨와 애니씨가 대표강사를 맡고 있는 아이기스의 수강생은 5백명이 넘는다.


전문 댄서가 되고 싶어 부모님을 졸라 등록한 중.고등학생, 나이트클럽에서 자신있게 춤을 추기 위해 배우러 왔다는 대학생, 늘어가는 뱃살을 고민하다가 춤이 다이어트에 좋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다는 회사원, 주부 등 연령층이나 직업도 다양하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Kiddy Dance'반에 아이들을 등록시킨 엄마들은 아예 엄마들끼리 반을 만들기도 했다.


회사원 김빛나씨(27)는 "회사업무에 지쳐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춤을 배우기로 결심했다"면서 "일주일에 세번씩 오는데 학원에 오는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녀는 춤을 배우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는 혼자 음악을 틀어놓고 리듬에 맞춰 어깨를 들썩거리기도 하고 회사에서 시간이 나면 뮤직비디오를 동영상으로 보면서 마음 속으로 연습하기도 한다면서 웃었다.


서울 청담동에 있는 캘리포니아 휘트니스 센터에서는 하루종일 댄스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헬스클럽을 이용하는 회원들은 원하는 시간에 무료로 강습을 받을 수 있다.


댄스를 운동으로 즐길 수 있도록 안무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게 특징이다.


외국에서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은 강사들이 직접 가르치는 이 곳 댄스 클래스에는 하루 1백명 이상의 회원들이 수업을 듣는다.


대학생 이소윤양(25)은 "다른 운동을 하다가도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레슨에 동참하게 된다"고 밝혔다.


춤을 배우다가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아이기스 댄스학원의 재즈댄스반 수강생들은 오랫동안 같이 춤을 배우다가 정이 들어 따로 스키도 타러 가고 춤도 추러 다닌다.


헤어디자이너, 성형외과 의사, 중소기업 사장 등 직업도 각양각색이어서 서로에게서 다른 문화를 배우기도 한다.


이렇게 춤이 확산되는 이유는 TV나 영화 등 각종 영상매체를 통해 춤에 친숙해진데다 인터넷 동호회가 많이 생기면서 회원들끼리 모이는 파티에서 실제로 춤을 출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얼마전 온라인 사교클럽에서 개최하는 파티에 참석했던 변호사 박중선씨(32)는 "모두들 전문 댄서 못지 않게 춤을 추는데 혼자 서성대다가 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했다"며 "틈나는 데로 춤을 배워 다음 파티 때는 함께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개인기가 성대모사에서 춤으로 바뀐 것도 학생들이 춤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춤을 배우도록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연예인들의 놀이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는 학생들 사이에서 춤을 못추면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다.


친구들한테 잘 보이려고 개인적으로 춤 레슨을 받는 학생들도 있다.


아이기스 댄스학원의 홍영주 선생은 "춤을 추면 성격이 밝아지고 자신감이 생긴다"면서 "앞으로 우리사회에도 춤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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