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관심사중 하나는 SAP코리아와 사이베이스코리아의 사장 인선이었다.


두 자리 모두 이름깨나 한다는 국내 IT 전문가들이 경합을 벌였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SAP코리아 사장은 한의녕 프라이즈텍 사장, 사이베이스코리아 사장에는 홍순만 HP코리아 상무로 각각 결정됐다.


두 사람 모두 한국IBM 출신이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한국 IT업계의 산역사인 IBM 출신들이 다시 중심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란 분석이 나왔다.


벤처붐을 타고 젊은 최고경영자(CEO)들이 IT업계를 주름잡았지만 시장은 이제 다시 IBM 출신을 선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주석 콤텔시스템 공동대표는 "그동안 IT분야 헤드헌팅 시장에서 40대 중후반은 CEO 자리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검증된 경험과 체계적인 지식을 갖춘 40대 경영자들이 다시 인정받는 쪽으로 회귀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SAP코리아나 사이베이스코리아 사장의 경우처럼 IBM 출신들이 인정받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어 IBM 출신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한국IBM 출신 인사들이 기술력과 탄탄한 매니지먼트 능력 등으로 IT업계에서 재조명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1967년 다국적기업으론 거의 최초로 한국에 진출한 IBM은 '국내 최고의 IT사관학교'란 명예로운 이름을 갖고 있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나 삼성SDS 출신보다 훨씬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와 결속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한국IBM OB(퇴직자)들은 줄잡아 1천9백여명.


이중 대기업 계열사 사장과 다국적기업 한국지사장, 벤처 전문경영인 등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만 2백90여명에 이른다.


한국IBM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이미경 국회의원도 미국 IBM 출신이다.


IBM OB중 가장 많이 알려진 사람은 역시 고현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50).


국내 IT업계 스타플레이어중 한사람이다.


그는 한국은행에서 한국IBM으로 이직한 특별한 커리어의 인물.


이후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상무를 거쳐 1999년부터 한국MS 사장을 맡아오고 있다.


다음으로는 변보경 코오롱정보통신 사장을 들 수 있다.


변 사장은 IBM에서 PC관련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았고 LG그룹과의 합작법인인 LGIBM을 창업, 사장을 지냈다.


이후 하드웨어 유통회사에서 솔루션사업자로 변신하려는 코오롱정보통신이 그를 스카우트해 갔다.


인터넷 솔루션업체인 오픈베이스의 송규헌 사장, 세계적 고객관계관리(CRM) 업체인 시벨코리아의 오영수 사장도 IBM OB다.


지난 인터넷대란으로 정보보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름이 많이 알려진 보안관제업체 코코넛의 조석일 사장도 IBM 출신이다.


김철수 안철수연구소 부사장은 안철수 사장을 도와 엔터프라이즈급(기업용) 시장을 공략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이밖에 고원용 한진정보통신 사장, 구본형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소장, 조종식 예스컴(콜센터솔루션) 사장, 여성 CEO인 이상주 MK-H컨설팅(헤드헌팅) 사장 등이 활약하고 있다.


이들 IBM OB는 특히 'eBlue'란 모임을 통해 매달 한차례씩 만나고 있다.


여러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관련 정보와 흐름에 대해 토의하고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이있는 인식을 공유하는 자리다.


내년에는 상설사무실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옛 데이콤시스템테크놀러지(현 SQT) 회장 출신인 최해원씨(린컨설팅 회장)가 회장을 맡고 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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