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반대하는 이들은 미국주도의 이라크 공격이 역사상 유례없는 '정당화되지 못한 전쟁'이 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7일 국정연설에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축출은 국가안보라는 대통령의 책무를 완수하고 중동지역의 '암(cancer)'을 도려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이 주장을 뒷받침해 줄만한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의 과격한 언행이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제는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부시 전 대통령은 1991년 이라크를 공격할 당시 의회와 어떠한 협의도 없이 전격적으로 감행,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부시 부자(父子)는 분명 닮은 데가 있다. 그러나 그간 이라크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이 보여준 태도는 아버지의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내각에서 일했던 고위 관료들은 부시 대통령이 아버지가 걸프전을 이끌 때 보여준 지혜와 교훈을 거의 따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첫째,국제 외교무대에서 전통적인 우방국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비록 국내정치 문제에 있어서는 강경하고 서툴렀지만 외교무대에서는 매력적인 국제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또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돈독한 유대관계를 유지했다. 지난 91년 걸프전 때 각국이 미국에 보내준 강력한 지지는 부시 전 대통령의 이같은 외교정책의 성과였다. 부시 대통령도 취임초기에는 아버지의 선례를 이어받는 듯 했다. 당시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 대접했고,이는 미국과 러시아간의 협력관계로 이어졌다. 그러나 2001년 9·11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그는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들의 견해를 무시했다. 그리고 행정부내 관리들은 프랑스와 독일을 '늙은 유럽'이라 부르는 등 불필요한 마찰을 야기했다. 이때부터 미국과 우방국가들간의 전통적인 동맹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게 됐다. 둘째,전쟁의 목표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정의가 없다.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일각에서는 미군이 바그다드까지 진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시 전 대통령은 후세인정권 전복은 미국의 전쟁목표가 아니라며 거부했다. 대신 그는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 축출이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했다. 이에 반해 부시 대통령의 전쟁목표는 처음에는 '정권교체'였다가 '후세인 무장해제'로 변하더니 다시 '정권교체'로 되돌아 갔다. 전쟁 목표에서부터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전쟁비용에 대한 계획이 없다. 부시 전 대통령은 사전에 전쟁수행에 드는 비용을 면밀히 계산하고,이를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들과 우방국들이 분담토록 했다. 이는 부시 전 대통령이 전쟁을 수행하면서 가장 잘한 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에 대한 아무런 계획이 없다. 심지어 전쟁비용에 대한 행정부내의 추정치도 최소 6백억달에서 최대 2천억달러까지 각양각색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을 수행할 경우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이 글은 비즈니스위크가 10일 인터넷판에 게재한 'Where This Bush Parts Ways with Dad'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