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를 동북아 R&D허브로 만들어달라""대덕을 과학기술특구로 지정해달라" 대전시와 대덕의 정부출연연구소 등이 정부의 송도IT(정보기술)밸리 조성계획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전시와 대덕밸리연합회 정부출연연구소 대학 등의 대표자들은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대덕대학내 첨단산업진흥재단에서 모임을 갖고 대덕밸리의 동북아 R&D허브 구축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대덕R&D허브 구축을 실현하는 데 지역의 특성과 역량이 결집될 수 있도록 대전시가 앞장서야 하며 이를 범시민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대통령직 인수위의 송도 IT밸리 구상이 발표되면서 시작된 정부와 대덕단지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는 '한국과학기술의 요람' 대덕연구단지가 또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대덕단지의 위상문제를 둘러싸고 참여정부측과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 대전시 대덕밸리연합회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지난 2월 인천 송도지역을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조성하겠다는 동북아 R&D허브 구상을 내놓으면서 문제가 불거져나왔다. 백종태 대덕밸리벤처연합회장은 "그동안 엄청나게 투자해온 대덕연구단지를 놔두고 송도 밸리를 새롭게 조성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지난 30년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정부출연연구소측도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새 정부가 정부출연연구소를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덕이 그동안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했음을 반성해야 한다"는 견해가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대세는 '대덕이 국내 첫 R&D허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대덕단지 간 신경전 원인=대덕단지측은 "연구개발 중심지는 입지적 우수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수인력과 공동으로 쓸 수 있는 첨단장비 등 인프라가 얼마나 갖춰져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오민 한밭대 교수는 "연구개발 허브는 결국 대학이나 연구소의 인력과 성과물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단순히 입지조건이 유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바탕이 없는 송도를 육성하겠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대덕밸리 벤처연합회 관계자는 "허허벌판인 송도에 IT허브를 구축하려면 최소 10년은 걸릴텐데 그사이 중국이 우리를 추월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의 균형 개발이란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석봉 대덕넷사장은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대덕밸리가 생겼다"며 "송도 IT밸리 추진으로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대덕벤처밸리연합회 등은 이번에 열린 연구개발 허브추진위원회 결정내용을 11일 열리는 염홍철 대전시장과의 면담 때 전달할 예정이다. 추진위원회측은 우선 대덕단지의 의사를 결집,새 정부에 공식 건의할 방침이다. 이들은 대전시가 R&D허브 추진에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또 과학기술부 등 관련부처의 지원도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대전시민들이 이에 대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의 운동으로도 펼쳐갈 수 있다"며 "보다 조직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송도밸리가 첫 삽을 뜨기 전에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염 시장도 대덕테크노밸리를 한국의 대표적인 연구개발 센터로 키워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송도의 입지적 우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송도 지역과 대덕의 축적된 과학기술 역량을 잘 결합해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기술부의 한 관계자는 "대덕 테크노밸리는 기존의 연구단지와는 밀접한 관련이 없다"면서도 "대덕밸리의 벤처기업들이 중심이 돼 일어나고 있는 최근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덕=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